“수의 안 입고 누워 체포 거부”…윤석열 전 대통령, 특검 영장 집행에 강경 대치
특검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팀이 8월 1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의 저항에 부딪혀 2시간 만에 작업을 중단했다. 집행 방식과 언론 브리핑을 둘러싼 상호 비판과 반발이 이어지며 정치권에도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오정희 특별검사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특검은 체포 대상자가 전직 대통령인 점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집행에 따를 것을 권고했으나, 피의자는 수의도 입지 않은 채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체포를 완강히 거부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8시 40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20∼30분 간격으로 4차례 집행을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민소매와 속옷 차림으로 누워 말을 끊으며 강하게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물리적 접촉에 의한 안전사고 우려로 결국 오전 10시 40분 철수했다.

오 특검보는 "보통 체포영장은 자발적 응답이 이뤄지는 게 관례지만, 이번만큼은 상황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강조하며, "피의자는 평소 공정·상식·법 원칙을 강조했으며, 이번 사건을 통해 국민은 법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음에는 물리력 동원을 배제하지 않고 반드시 조사실에 앉히겠다"는 최후통첩성 경고도 남겼다.
이날 집행에 실패한 후, 윤 전 대통령은 다시 수의를 착용하고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변호인과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 직전 반소매 상하의를 입다가, 집행 시도 후 수의를 벗고 특검팀이 떠나자 다시 입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용 중임에도 체포영장 집행에 물리적으로 저항한 상황은 매우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오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 "변호인 측 주장과 달리 매우 양호해 보였다"고 밝혔다. 앞서 변호인단은 "여러 기저질환으로 수사에 응하기 어렵다"며 진단서와 소견서를 구치소에 제출했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대면조사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체포영장 기한은 8월 7일까지로 남아 있으며, 다음 강제 집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특검팀은 최근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을 두 차례 소환했으나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에 7월 30일 체포영장이 청구됐고, 7월 31일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체포영장 집행 과정이 언론에 상세히 전해진 것과 관련해 강하게 반발했다. 한 변호인은 "언론 브리핑을 가장한 인신모욕의 장"이라며 "사회적 명예를 짓밟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명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 제공 등의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 그리고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 허위사실 공표 등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정치권은 특검의 강경 기조와 윤 전 대통령 측의 반발 속에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특검팀이 물리력 동원까지 경고하며 추가 집행을 시사한 가운데, 국회와 각 정당, 시민사회 반응이 요동치고 있다. 향후 특검의 재집행 일정과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대응이 정국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