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만능줄기세포 신약”…가톨릭중앙의료원, 알츠하이머 치료 패러다임 도전
유도만능줄기세포와 뇌 모사 오가노이드 기술이 알츠하이머 치료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대표 연구 의료기관이 글로벌 협업을 통해 신경 재생 경로 중심의 ‘퍼스트 인 클래스’(최초 혁신) 치료제 개발에 착수하면서, 퇴행성 뇌질환 정복을 위한 정밀의료 시장이 요동치는 모습이다. 업계는 이번 연구 프로젝트를 알츠하이머 신약개발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대형 과제로 평가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알츠하이머병 대상 뇌질환 영역에서 갑상선호르몬 대사 및 탈수초 공동기전을 공략하는 신약 개발 과제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글로벌공동연구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됐다고 8일 밝혔다. 국책 지원을 받는 이번 과제는 김기표 교수팀이 주도하며, 3년간 총 15억 원의 사업비가 배정된다. 참가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뇌의 희소돌기아교세포로 분화시켜, 환자별 병리 변화와 약물 반응 특성을 깊이 탐구한다.

연구의 기술적 핵심은 환자 유래 iPSC에서 유전성·산발성 알츠하이머 특성을 지닌 세포를 실험실 내에서 직접 구현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세포를 신경계의 수초 형성 세포(희소돌기아교세포)로 분화시켜, 신경 보호막인 수초가 손상되는 탈수초 병리과정을 3차원 오가노이드(수초 오가노이드) 환경에서 추적한다. 또한 갑상선호르몬 유사체 신약 후보의 세포·분자 수준에서 작동 메커니즘을 검증한다. 특히 기존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 축적 위주 연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뇌 내 콜레스테롤 대사 장애와 수초 손상(백질 마모)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뚜렷하다.
이 신약 개발 전략은 ‘약물 반응 예측-환자 맞춤 치료’ 체계를 실제로 구현함에 따라, 표적 치료제와 동반 진단(Companion Diagnostics)이 확대되는 정밀의료의 본보기로 꼽힌다. 실험실 내 오가노이드 기반의 약물 스크리닝은 기존 동물 실험 및 조직 샘플보다 인체병리 재현도가 높아 환자 맞춤 신약개발 속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국내외 협력 구도 또한 주목된다. 이번 과제에는 가톨릭중앙의료원 김기표 교수팀, 성균관대학교 이재영 교수, 호주 모나쉬대학 스티브 페트라토스 교수 등이 힘을 합친다. 이재영 교수팀은 갑상선호르몬 대사 결함이 알츠하이머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페트라토스 교수팀은 약물의 안전성과 품질관리 및 후보물질 제조 체계를 검증한다. 최근 미국, 유럽에서도 iPSC와 오가노이드 기반 뇌질환 신약개발 플랫폼이 확산되는 추세로, 글로벌 연구망 구축과 인력·데이터 교류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알츠하이머 신약개발은 여전히 큰 임상·규제 장벽이 남아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신경질환 신약의 허가 기준이 엄격한 데다, 세포 치료제·오가노이드 기반 신약은 안전성, 효능 검증, 제조공정 표준화 등 추가 규제 검토 절차가 요구된다. 다만, 글로벌 협업을 통한 대규모 임상·비임상 데이터 축적, 전임상 단계에서의 작동 기전 규명 등은 허가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퍼스트 인 클래스 신경 재생 치료제가 도입될 경우 알츠하이머 치료 시장의 판도 자체가 바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기존의 아밀로이드·타우 표적 치료제 한계를 돌파한 패러다임 전환 사례로 남을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iPSC 기반 맞춤형 신약의 임상 등장이 퇴행성 뇌질환 정밀의료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가 실제 환자 치료 현장에 안착할지, 신약 허가와 인증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