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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기침 길어지면 부비동염 의심…조기 진료가 분기점 된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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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이어지는 겨울철에는 감기 환자가 급증한다. 이때 콧물과 기침, 두통이 동반되면 대부분 단순 감기로 여기기 쉽지만, 일정 시점을 넘겨도 증상이 이어진다면 부비동염을 의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비동염은 감기와 초기 증상이 유사해 자가 구분이 어렵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눈 주위 봉와직염이나 뇌막염으로 진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이비인후과 질환으로 꼽힌다. 의료계에서는 향후 인공지능 진단 보조와 영상 분석 기술이 결합되면 부비동염을 비롯한 상기도 질환의 조기 선별과 예후 관리 패턴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부비동염은 얼굴뼈 속 빈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부비동은 작은 통로를 통해 코와 연결돼 공기가 드나들고 분비물이 배출되는 구조다.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으로 코 점막이 붓거나 막히면 이 통로가 좁아지고 분비물이 고여 염증이 생긴다. 급성 감기 이후 바이러스 감염에 이차 세균감염이 겹치면서 급성 부비동염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흔하며, 드물게는 비강이나 부비동 내 종양이 통로를 막아 발생하는 경우도 보고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코막힘과 누런색 또는 초록색 농성 콧물이다. 얼굴 부위 압통, 두통이 동반되며,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가 나타날 수 있다. 후비루 자극으로 기침이 유발되는데, 의료계는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될 경우 단순 감기보다는 부비동염 가능성을 우선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발열, 전신 권태감,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후각 저하도 주요 증상으로 꼽힌다.  

 

진단 과정은 비강 내시경 검사로 시작된다. 의사는 내시경을 통해 비강과 부비동 입구 점막이 얼마나 붓는지, 물혹이나 고름이 형성돼 있는지를 직접 확인한다. 내시경 접근이 어려운 부위나 수술 필요성을 판단할 때는 CT를 활용해 부비동 내부 구조와 염증 범위를 상세히 평가한다. 곰팡이성 부비동염이 의심되거나 종양 가능성이 있을 때는 MRI 검사가 동원된다. 이런 영상 데이터는 향후 의료 인공지능 학습 자료로 축적될 경우, 부비동염의 자동 분류와 중증도 평가 등 디지털 진단 보조 도구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으로 여겨진다.  

 

치료의 기본은 항생제 복용이다. 급성 세균성 부비동염에서는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면 대개 2~3일 이내에 증상이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스테로이드 성분 비강 스프레이는 점막 부종과 염증을 줄이는 데 활용되며,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된 환자에게는 항히스타민제를 병용해 재발을 줄이도록 유도한다.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하면 고여 있는 분비물 배출을 돕고 코막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비점막 수축제는 3~5일 이상 사용하면 오히려 점막이 더 붓고 약물성 비염이 생길 수 있어 단기간에 제한적으로만 처방하는 것이 원칙이다.  

 

약물치료에도 호전이 미흡하거나 부비동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한다. 내시경 부비동 수술은 막힌 부비동 입구를 열어 환기와 분비물 배출을 원활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아의 경우 부비동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사례가 많아 일반적으로 수술보다는 약물·환경 조절 위주 관리가 우선이다. 다만 물혹이 커져 호흡과 수면에 심각한 장애를 줄 정도라면 예외적으로 수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수술 데이터가 축적되면 향후 수술 범위와 시기를 정량적으로 제시하는 수술 계획 소프트웨어 개발 가능성도 점쳐진다.  

 

부비동염은 경미할 경우 감기 호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좋아질 수 있지만, 토양이 되는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이 있으면 재발과 만성화 위험이 높아진다. 만성 부비동염 상태가 지속되면 염증이 눈 주위 연조직으로 퍼져 봉와직염을 일으키거나, 심할 경우 두개 내로 확산돼 뇌막염과 골수염으로 진행할 수 있어 장기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호흡기 만성 질환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축적할 경우, 환자별 위험도 예측 모델을 만드는 정밀의료 연구로도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예방과 생활관리는 감기 예방법과 궤를 같이한다. 외출 후에는 비누로 손을 자주 씻고, 실내외 급격한 온도 차를 줄여 코 점막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스크 착용은 차갑고 건조한 공기로부터 상기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코 전용 보습 연고를 사용해 점막 건조를 줄이면 방어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되고, 생리식염수 코 세척은 부비동 내 분비물 축적을 막는 수단으로 권장된다. 다만 수돗물로 직접 코를 세척하면 염소 성분과 미량 오염물질이 점막 기능을 떨어뜨려 감염 위험을 키울 수 있어, 전용 생리식염수 제품을 사용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김동영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부비동염을 예방하려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같은 기본 위생수칙을 꾸준히 지키고 코 점막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노란 콧물이나 후비루가 두드러지거나 기침이 3주 이상 이어진다면 조기에 전문 진료를 받아 합병증 발생을 막는 것이 상기도 질환 관리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러한 임상 지침과 데이터가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및 인공지능 진단 보조 기술로 연결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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