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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제조승인 400건”…삼성바이오로직스, CDMO 신뢰 입증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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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의 품질 경쟁이 글로벌 허가 전략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각국 규제기관의 제조 승인을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수주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제조 승인 건수가 곧 해당 기업의 공정 신뢰도와 규제 대응 역량을 가늠하는 지표로 통한다. 이런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주요 규제당국에서 400건의 제조 승인을 확보했다고 공개하면서, 글로벌 CDMO 시장 내 입지 강화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6일 기준 글로벌 규제기관으로부터 누적 400건의 제조 승인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미국 식품의약국 FDA 49건, 유럽의약품청 EMA 46건을 포함해 북미, 유럽, 아시아 규제당국의 승인을 고르게 확보했다. 2023년 10월 300건을 돌파한 데 이어 1년 만에 100건을 추가한 속도다. 회사 측은 생산능력 확장과 생산 품목 증가에 따라 제조 승인 트랙레코드가 빠르게 축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의약품 제조 승인 절차에서는 공정 설계부터 원자재 관리, 제조 설비 밸리데이션, 품질 시험, 시판 후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전 주기 데이터가 평가 대상이 된다. 특히 CDMO의 경우 동일 설비·라인에서 여러 글로벌 제약사 제품을 병행 생산하는 만큼, 배치 간 일관성과 품질 편차 관리 능력이 규제 평가의 핵심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짧은 기간에 승인 건수를 크게 늘린 배경에는 대규모 생산설비뿐 아니라 다품종 공정 관리 체계를 동시에 고도화한 전략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제조 승인 획득을 위해서는 각국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이른바 GMP에 부합하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여기에는 멸균 공정 검증, 세포배양 모니터링, 오염원 관리, 공정 변경 시 영향 평가 등 세부 요건이 포함된다. CDMO가 특정 국가에 완제품을 공급하려면 해당 규제기관의 실사를 거쳐 공장과 공정이 GMP에 맞는지 검증받아야 하며, 실사 결과에 따라 제조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글로벌 제약사가 위탁 생산 파트너를 선정할 때, 누적 제조 승인 건수와 최근 실사 통과 이력은 가장 먼저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까다로운 실사 환경 속에서도 높은 통과율을 유지한 요인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대규모 전문 인력 양성이다. 공정 엔지니어, 품질보증 QA, 품질관리 QC, 규제 대응 담당자 등 각 기능별로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특화된 인력을 확보해, 실사 준비와 현장 대응을 표준 프로세스로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디지털 기반 품질 관리 체계다. 생산 설비와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하는 시스템을 통해 이상 징후를 조기 감지하고, 전 배치 기록을 전자문서로 관리해 실사 시 데이터 트레이서빌리티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규제 대응 표준화로, FDA와 EMA를 비롯한 주요 규제기관 가이드라인을 공통 분모로 삼아 다국가 실사에도 일관된 대응이 가능하도록 내부 기준을 정비했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는 대형 제약사가 신약 후보물질을 단계별로 여러 지역에 허가 신청하는 구조가 일반화돼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미국, 유럽, 일본, 중남미 등 각 지역별로 별도의 제조 승인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파트너 CDMO가 이미 해당 규제기관의 승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면, 허가 심사에서 공장·공정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00건 달성에 주목하는 이유도, 단순 숫자를 넘어 글로벌 허가 전략에서의 활용 폭이 커졌다는 점에 있다.

 

선두권 CDMO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기반 대형 업체들은 항체의약품을 넘어 세포유전자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 등 차세대 모달리티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규제기관과의 소통 채널을 넓혀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GMP 규제 수준이 지속적으로 상향되는 추세여서, 시설 투자만으로는 차별화를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적 제조 승인과 실사 이력, 디지털 품질 시스템 수준, 규제 문서화 역량이 종합적으로 평가되며 수주 경쟁 판도를 좌우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국내 바이오 생산 생태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다국적 제약사가 한국 생산기지를 전략적 허브로 활용할 여지가 커지고, 협력하는 중소 바이오텍도 글로벌 임상과 허가를 추진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어서다. 다만 규제 기준이 높아질수록 중소 규모 CDMO나 초기 바이오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글로벌 규제기관 제조 승인 400건 달성이 디지털 기반 품질 경쟁력과 표준화된 운영 역량을 입증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규제 환경이 강화되는 흐름을 감안할 때, CDMO 기업의 설비 투자 못지않게 데이터 기반 품질 시스템과 규제 대응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제조 승인 실적이 실제 수주 확대와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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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글로벌제조승인#cd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