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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김태효 전 안보실 차장 소환”…이종섭 전 장관 호주 도피 의혹 정국 파장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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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과 대통령실, 법무부 등 국가 핵심기관을 둘러싼 강도 높은 수사가 펼쳐지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과 관련,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은 14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대통령실 고위 인사들의 연이어 소환되며 정국이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김태효 전 차장은 이날 오후 2시 50분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김 전 차장은 "대통령실에서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알고 있었나",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였나" 등 쏟아지는 질문에 입을 다문 채 조사실로 향했다. 김 전 차장이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 관련 조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7월, 김 전 차장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이미 두 차례 출석한 바 있으며, 이종섭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되고 출국·귀국하던 시기에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근무했다.

특검팀은 당시 안보실이 단순 임명 절차를 넘어서 이 전 장관 호주행과 귀국 명분 마련, 나아가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의 기획 등에서 중심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말에는 안보실 총책임자였던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은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진행되던 중, 이 전 장관이 전격적으로 호주대사에 임명돼 출국했던 사안이다. 당시 그는 출국금지 상태였으나 3월 4일 임명된 뒤 3월 8일 호주로 떠났고, 여론 악화 이후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 참석을 명분 삼아 같은 달 25일 귀국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외교부, 법무부 등 관련 핵심 부처 전반에 걸쳐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검팀은 조만간 한동훈·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소환 조사도 검토 중이다.

 

한편 채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외압·은폐 의혹과 관련해서도 진전이 있었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이날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소환됐다. 특검팀은 해병대 수사단이 작년 8월 2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초동 조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하자, 이 전 비서관이 국방부 관계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기록 회수에 직접 관여했다는 진술·물증을 확보했다. 이 전 비서관은 2023년 8월 2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수차례 연락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앞선 조사에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채상병 사망 초동 조사 기록을 회수해달라'고 요청해 협조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확보한 진술과 증거를 교차 검증하기 위해 이날 이 전 비서관을 다시 소환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사외압 의혹의 여진은 법조계까지 번졌다. 특검팀은 11일 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2부장 국회 위증 혐의와 관련해 차정현 수사4부장, 이대환 수사3부장을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송 전 부장은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맞물려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는 공수처 임용 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변호인이었던 인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대통령실과 법무부까지 수사가 확대되며 수사외압 논란이 핵심 정국 이슈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여야는 책임과 진상 규명을 놓고 충돌하고 있으며,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정국의 향방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특검팀은 "공수처가 2023년 8월 채상병 사건 수사를 시작한 후 실질적 성과 없이 장기화된 배경과 공직자 도피 의심 경로 등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정국은 특검의 추가 소환과 수사 확대를 둘러싼 여야의 격돌로 한층 고조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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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김태효#이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