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정치중립 위반 정조준”…조태용 전 국정원장, 내란특검 재소환 조사
직무유기와 정치중립 위반 의혹을 둘러싸고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과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다시 맞붙었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조 전 원장에 대해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까지 검토하며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17일 오전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을 서울고등검찰청에 출석시키고 비상계엄 선포 전후 행적, 지시사항 등 전반을 집중 조사 중이다. 이는 지난 15일, 15시간에 걸친 첫 조사 이후 사흘 만의 재소환이다. 조 전 원장은 이날 “성실히 질문에 따라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조사실로 들어섰다.

특검팀은 조태용 전 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국정원장으로서 비상계엄 준비와 선포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계엄 선포 결정 직전 대통령실로 호출됐다는 점, 계엄 관련 문건으로 추정되는 종이를 소지한 장면이 CCTV에 잡힌 점 등이 집중 추궁 대상이 되고 있다. 당초 조 전 원장은 “문건을 받은 기억이 없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조 전 원장이 비상계엄 계획을 미리 인지하고도 국회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아 국정원법 제15조상 직무를 유기했다고 판단한다. 해당 조항은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 발생 시 국정원장이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원회에 지체 없이 보고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이 조 전 원장에게 국군방첩사령부의 체포조 지원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와 실행 경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에 따르면 2023년 12월 3일 밤 국정원에선 ‘비상계엄 선포 시 ○○국 조치사항’ 문서가 작성됐다. 국정원 직원 80여 명의 계엄사·합수부 파견과 함께, 중앙합동정보조사팀 구성 등 체계적인 대응 방안이 담겼다. 문서 작성 시점은 조태용 전 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들은 직후로 파악된다.
더불어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시 홍 전 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제공한 정황도 특별검사의 추궁을 받고 있다. 이 사안이 사실로 확정될 경우, 국정원 정치 중립 의무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와 국회 증언 과정에서 “비상대권이라는 말을 들은 적 없다”는 취지로 강변한 것을 두고 위증 혐의도 제기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특검 수사가 대통령 참모진, 국정원, 군 사이의 권한 남용과 권력분점 논란으로까지 번질지 주목하고 있다. 야당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한편, 여당은 법적 절차 준수를 강조하며 신중한 입장이다.
특검팀은 이날 확보된 진술과 증거 자료를 토대로 조태용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국정원장에 대한 강제 수사가 정국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내란특검의 수사 방향에 따라 국회 논쟁도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