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특검 공동발의 검토”…국민의힘·개혁신당, 선거 연대론까지 확산
통일교 관련 금품수수 의혹을 둘러싼 특검 추진을 계기로 보수 야당 간 미묘한 재편 움직임이 나타났다. 12·3 계엄 사태 이후 등을 돌렸던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특검법 공동 발의를 향해 보조를 맞추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 연대론까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르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르면 금주 중 공식 회동을 갖고 통일교 의혹 관련 특검법 공동 발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두 당은 우선 각자 법안 초안을 마련한 뒤 주 초 실무 협상을 통해 단일안의 세부 내용을 조율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검 공조 배경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누구라도 뜻을 함께하는 사람은 같이 가는 게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일교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야권 내 공조 폭을 넓히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밑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가 16일 귀국하는 대로 논의에 속도를 낼 생각이다. 주 중후반에는 발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통일교 특검 논의가 이르면 이번 주 중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양당 공조의 핵심 변수는 특검 추천권 배분 방식이다. 개혁신당은 통일교 연루 의혹에서 국민의힘도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내세우며, 특검 후보 추천 과정에서 국민의힘을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담보하려면 기존 거대 양당의 영향력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국민의힘은 특검 도입 자체를 우선해야 한다며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특검 추천권에 대해 "야당이 가져가야 한다고 본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할 수 있고, 법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건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에 답을 정해놓고 개혁신당, 조국혁신당과 접촉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제3자 추천 방식 등 다양한 안을 두고 협상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두 당의 특검 공조는 지난 11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통일교 특검법 공동 추진을 제안하고,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이에 호응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 이전에도 양당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 중지 문제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에서 정부·여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맞춰온 바 있다.
특히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 논란이 불거졌을 때 추 전 원내대표를 옹호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다주택 보유를 공격하자 "마이바흐 타고 벤틀리 타는 사람들이 집에 중형차 한 대, 경차 한 대, 용달 한 대, 오토바이 한 대 있는 사람에게 차가 4대라고 공격하는 느낌"이라고 말하며 야당으로부터 장 대표를 대신 방어하기도 했다. 보수 야권 내부의 심리적 거리감이 이미 일정 부분 좁혀져 있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이 통일교 특검법 공동 발의라는 입법 공조로 확장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향한 선거 연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다만 양당은 이 대목에선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선거 연대는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며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이날 KBS1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과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현상 변경이 없는 상황 속에서 개혁신당을 창당해 세우려고 했던 가치가 실현될 때까지 저희 길로 가는 것이지 저희가 한번 본 맛을 또 볼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와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과의 결별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손을 잡기 어렵다는 인식을 다시 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개혁신당은 그동안 국민의힘이 12·3 계엄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고, 친윤 성향 핵심 세력과도 거리를 두지 못하고 있다며 연대에 거리를 둬왔다. 이 때문에 특검법 공동 발의가 성사되더라도, 국민의힘이 통합과 쇄신을 향한 체질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 양당 공조가 단발성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정치개혁 의제를 매개로 범여 성향 군소정당과의 관계를 다시 강화하는 움직임은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민주당이 과거처럼 절대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독자 노선을 고수하기보다, 선거 구도를 고려해 범여권 연대를 모색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보수 야권 역시 연대·협력의 방향성을 두고 전략적 고민을 키우는 모습이다.
지방선거 승패를 좌우할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계산도 복잡하게 얽히는 양상이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9월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선에서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한다"고 말했을 당시, 자신과 오 시장을 "거의 한 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발언은 양당 간 입장 차가 존재하더라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전략적 연대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 있지는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정치권에선 통일교 특검 공조가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한 수도권 연대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협력의 틀을 만들 경우, 이를 토대로 경기도지사 선거 등 다른 광역단체장 선거까지 연대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대로 특검 추진 과정에서 추천권과 수사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양당 간 관계가 다시 냉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병존한다.
국회는 통일교 특검법 세부안을 두고 여야와 군소정당 간 치열한 셈법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향후 특검 논의 결과와 지방선거 후보 구도가 보수·범여권 연대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