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당첨, 나도 될 수 있을까”…로또의 반복되는 설렘과 쓸쓸함
요즘 토요일 밤이면 복권 당첨 발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그저 소소한 재미였는데, 지금은 현실 속 작은 판타지가 돼버린 풍경이다. “혹시 내 번호가 아닐까?” 하는 설렘과 "역시 아니네"라는 쓴웃음이 공존한다.
로또 복권을 사는 이유도, 그 뒤에 숨겨진 감정도 다양하다. SNS에는 ‘오늘도 나의 소확행’이라며 인증샷을 올리는 이들이 있다. 제1194회차, 당첨번호 3, 13, 15, 24, 33, 37이 발표된 지난 10월 18일에도 어김없이 수많은 이가 행운을 기대했다. 1등은 28명이었고, 한 장당 세후 실수령액은 6억 6,005만원이었다. 누군가는 번호를 직접 배열하며 ‘이번엔 꼭’이라는 마음을 다지고, 또 누군가는 자동 발급에 운을 맡긴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이번 회차 로또 총 판매금액은 무려 1,210억을 넘었고, 1등부터 5등까지 당첨자는 전국에 흩어져 있다. 경기, 전북, 인천, 강원 등 다양한 지역에서 1등의 꿈을 이뤘다. 또, 1등 당첨자 28명 가운데 5명은 자동, 20명은 수동, 3명은 반자동 선택으로 행운을 거머쥐었다. 모두에게 행운이 찾아오지 않지만, 매주 2백만 명 넘게 작은 금액이라도 되찾으며 ‘다음’을 기약한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소망의 소비’라 부른다. 박진수(가명) 트렌드 칼럼니스트는 “로또가 주는 건 단지 돈이 아니라, 희망을 향한 짧은 집중과 상상의 여유”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기자가 복권을 사봤을 때, 결과를 알면서도 하루 이틀 동안 자꾸 번호를 들여다보며 기분 좋은 상상을 멈추기 어려웠다.
커뮤니티에서도 재치 있는 반응이 이어진다. “일단 이번 주도 헛헛했네요”, “언젠간 내 순서가 오겠죠?”, “저 번호가 나였으면…” 같은 무수한 댓글이 쏟아진다. 한편으론 너무 기대하지 않으려는 체념, 자신만의 패턴을 찾아가는 익숙한 반복도 읽힌다. “그냥 매번 하나라도 맞으면 위로가 된다”며 복권에 작은 감사를 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돌이켜보면, 로또는 단순한 사행성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루 정도는 꿈을 꿀 권리와 '혹시'라는 가능성을 선물해왔다. 1등 확률은 814만 분의 1이지만, 다음 주를 향한 작은 희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삶의 지루함을 달래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특별한 의식이 바로 로또 아닐까. 매주 이어지는 같은 질문—"이번엔 나일까"—그 안에서 우리 삶의 리듬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걸, 숫자보다 더 중요한 마음이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