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 아래 동해의 시간”…삼척에서 만난 고요한 자연과 여유
여행은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에 안긴다는 뜻이었다. 요즘은 삼척처럼 고요하고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동해의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흐린 하늘에도 불구하고, 오늘 삼척의 온화한 바람과 잔잔한 분위기는 도시의 시끄러움을 잊게 만든다.
삼척의 시작을 알리는 신기면 환선굴은 웅장한 자연의 힘을 보여주는 동굴이다. 길이 6.5km에 달하는 동굴 속을 걷다 보면, 둘레 20미터가 넘는 석주 앞에서 절로 숨이 멎는다. 기묘하게 자란 종유석과 푸른 조명 아래 펼쳐진 동굴류의 세계는 잠시 일상의 무게를 잊게 한다. 탐방로도 안전하게 꾸며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동굴의 신비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는 후기가 많다.

죽서루에 오르면 오십천과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절벽 위 누각에 기대어 흐린 하늘을 바라보면, 강물 위로 잔잔한 바람이 스치고 오래된 목재의 온기가 느껴진다. “옛 시인들도 이 풍경을 보았겠지”라고 적힌 방명록 글귀처럼, 그곳에는 지금도 시간을 건너는 고요함이 있다.
장호 어촌체험마을은 삼척 여행의 또 다른 명장면이다. 투명 카누를 타고 맑은 바다를 누비며 물속 생물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스노클링을 체험하고 난 뒤, 백사장에 앉아 파도 소리에 잠시 멍하니 빠져 있던 여행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소중하다”고 고백한다. 삼척을 찾는 이들 대부분이 풍경 사진을 SNS에 남기고, “여유와 위로를 얻었다”고 표현하는 것도 자연스런 흐름이다.
변화된 여행 트렌드를 두고 전문가들은 “특별한 볼거리보다, 일상에서 얻지 못하는 평온과 소소한 체험이 더 큰 위안을 주는 시대”라고 읽는다. 실제로 가족 단위, 1인 여행자 모두 자연과 마을의 감각적 경험에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는 조사도 있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날씨가 흐려도 바다가 그리웠다”, “누각 아래에서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는가보다 어디쯤에서 멈춰 서서 듣고 느끼는가, 그것이 여행의 의미가 돼가고 있다.
작고 사소한 자연의 순간들,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가는 하루가 삼척에서는 평온한 위로가 된다. 흐리고 맑음을 떠나, 지금 우리에겐 삶이 머무는 고요의 여행이 필요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