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큐브위성 9기 교신 성공…민간 우주기술 상용화 가속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에 실려 우주로 향한 큐브위성이 초기 교신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국내 소형위성 기술과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가 한 단계 확장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 스타트업이 함께 참여한 이번 탑재 미션은 발사 성공 여부를 넘어 실제 궤도 환경에서의 통신·전력·임무장비 성능을 검증하는 시험대로 기능한다. 업계에서는 누리호 정례 발사가 국내 소형위성 플랫폼의 상용화와 데이터 서비스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2일, 지난 11월 27일 새벽 1시 13분 누리호 4차 비행에 부탑재된 큐브위성 12기 중 9기가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해 위성 상태 확인을 마쳤다고 밝혔다. 나머지 3기 위성은 미국 미연합우주작전센터의 궤도 정보를 활용해 교신을 계속 시도할 계획이다.

4차 발사 당일인 11월 27일에는 5기가 가장 먼저 지상국과 연결됐다. 인하대학교의 INHA RoSAT은 오전 2시경 최초 교신에 성공한 뒤 탑재체 전력 시스템과 임무 장비를 점검 중이다. 민간 기업 코스모웍스의 JACK 003, JACK 004 역시 같은 시간대에 지상국과 양방향 교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위성 기능 검증 단계에 들어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가 개발한 ETRISat은 오전 2시 40분께 교신에 성공한 후 태양광 패널과 안테나 전개를 완료해 위성의 기본 상태가 정상임을 확인했다. 한국과학기술원 KAIST의 K HERO는 오전 4시께 첫 교신에 성공한 이후 자세제어와 통신 성능 등 추가 기능을 차례로 점검하고 있다.
발사 이튿날인 11월 28일에는 세종대학교, 우주로테크, 한컴인스페이스가 개발한 큐브위성 3기가 뒤를 이었다. 세종대학교의 SPIRONE은 오전 1시 30분경 최초 교신에 성공하고 궤도에서의 열·전력 상태와 탑재체 동작을 확인하고 있다. 우주로테크의 COSMIC도 비슷한 시간대에 교신을 열어 운용 모드 전환과 센서 점검을 진행 중이다. 한컴인스페이스의 세종4호는 28일 오후 11시 40분께 양방향 교신까지 확보하며 위성 상태 점검 단계에 들어갔다.
11월 29일에는 서울대학교가 개발한 SNUGLITE Ⅲ가 오후 1시경 최초 및 양방향 교신에 성공했다. 서울대 연구진은 궤도 환경에서의 통신 링크 품질과 데이터 전송 실험을 통해 추후 소형위성 기반 IoT 및 과학 관측 임무로의 확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상과 교신이 확인되지 않은 위성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EEE Tester 1, 쿼터니언의 PERSAT, 스페이스린텍의 BEE 1000 등 3기다. 우주항공청과 참여 기관들은 미연합우주작전센터 CSpOC가 제공하는 보다 정밀한 궤도 요소를 활용해 해당 위성들의 정확한 위치를 추적하고, 주파수·지향각 조정을 통해 추가 교신을 시도할 계획이다. 소형위성 특성상 초기 궤도 진입 시점에 바이어스가 발생할 수 있어, 일정 기간 동안 반복적인 추적과 교신 시도가 필수 과정으로 여겨진다.
이번에 발사된 부탑재 큐브위성들은 모두 초기 교신을 통해 생존 여부와 전력·온도·자세제어 등 기본 건전성을 확인한 뒤, 수주에 걸친 초기 운용을 거쳐 본격적인 임무 단계에 진입할 예정이다. 통신 링크 안정화, 자세 안정화 및 탑재체 검증을 마친 위성은 지구 관측, 우주환경 계측, 통신·내부전자부품 검증 등 각자 설계된 실험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국내 업체와 대학이 설계한 탑재체들은 향후 상용 위성 플랫폼에 적용될 전자부품, 소프트웨어, 통신 모듈의 우주환경 적합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큐브위성은 표준화된 소형 위성 플랫폼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과 짧은 개발 기간을 강점으로 한다. 학생 참여를 통한 인력 양성, 스타트업의 임무 아이디어 실험, 연구기관의 신규 기술 검증이 한 번에 가능한 구조라서 우주기술 생태계를 넓히는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반면 크기와 전력 제약이 커서 탑재 가능한 센서와 통신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짧은 임무기간 안에 안정적인 운용을 확보하는 것이 기술적 관건이다. 초기 교신 성공 비율은 각 기관의 설계·시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특히 이번 누리호 4차 발사에서는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민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탑재체 개발에 참여해, 한국형 발사체를 활용한 민간 우주 비즈니스 전개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로 기능했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위성의 경우 향후 상용 지구 관측 서비스, 위성통신 서비스, 우주환경 데이터 제공 등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될 수 있다. 발사체와 소형위성 플랫폼, 데이터 서비스가 수직 통합되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구축될 경우, 글로벌 소형위성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적으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소형위성과 발사체 연계 생태계가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소형 발사체 사업자와 대학·스타트업이 주기적으로 큐브위성 발사 기회를 제공받고 있고, 유럽에서도 소형 탑재체에 특화된 공유 발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 역시 누리호를 기반으로 정례 발사 체계를 구축한다면, 큐브위성을 활용한 기술 검증과 데이터 서비스 개발 주기를 세계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큐브위성 운용은 우주환경 파편 충돌, 통신 장애, 전력 부족 등 다양한 실패 요인을 안고 있어, 실패 사례에서 얻는 데이터도 소형위성 신뢰성을 높이는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위성 간 충돌 회피와 우주 파편 관리, 주파수 혼선 방지 등 우주교통 관리 규제와의 정합성 역시 향후 대량의 소형위성이 발사될수록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우주항공청과 관련 부처가 우주교통 관리 체계와 데이터 공유 체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큐브위성 운용 경험을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
박재성 우주항공청 우주수송부문장은 큐브위성이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우주 기술을 빠르게 진전시키는 시험무대라고 평가하면서,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실제 우주환경에서 검증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수송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누리호와 같은 국산 발사체가 신뢰도와 발사 빈도를 높여갈 수 있을지, 그리고 소형위성 데이터 활용 비즈니스가 연계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