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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청각모방 보청기확산…와이덱스, 얼루어 전국출시로 차별화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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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청각 시스템을 모방한 디지털 보청기 기술이 보청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덴마크 하이엔드 사운드 보청기 브랜드 와이덱스가 차세대 플랫폼 기반 신제품 얼루어를 전국 모든 와이덱스 센터로 확대한 데 따라, 프리미엄 센터 중심이던 첨단 청각 보조 기술이 대중 시장으로 확산되는 흐름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시간차 기반 사운드 처리 기술과 클라우드 피팅을 결합한 이번 제품이 청각 보조 기기의 디지털 헬스케어 전환 경쟁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와이덱스는 29일 얼루어를 전국 센터에서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얼루어는 지난 8월 차세대 플랫폼으로 처음 선보인 이후 프리미엄 센터에서 우선 판매돼 왔으며, 출시 직후부터 이어진 높은 고객 만족도와 꾸준한 판매 호응을 바탕으로 공급 범위를 넓혔다. 회사 측은 얼루어를 브랜드 철학인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 그 이상의 경험을 구현한 대표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얼루어의 기술적 핵심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사람의 청각 시스템을 모방한 시간차 기반 사운드 처리 구조를 적용한 점이다. 사람 귀는 양쪽에 도달하는 소리의 시간차와 강도 차이를 종합해 소리의 방향과 공간감을 인지하는데, 얼루어는 이 메커니즘을 신호 처리 알고리즘에 반영해 인공지능 필터 중심의 기존 디지털 보청기보다 자연에 가까운 음장과 방향성을 구현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기존 플랫폼 대비 최대 4배 향상된 처리 속도를 지원하는 새 W1 칩셋을 탑재해 마이크로 단위 시간 영역에서 소리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상황 변화에 맞춰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점이 특징이다.

 

와이덱스는 여기에 자사 핵심 알고리즘을 결합해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청취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왜곡을 최소화해 원음에 가까운 청취를 제공하는 퓨어사운드 기술은 음악이나 자연음처럼 주파수 대역이 넓은 소리에 강점을 보이는 구조다. 말소리 명료도를 강화하는 어음향상 기능은 주변 소음과 사람 음성을 분리해 말소리만 선택적으로 강조하며, 진화된 주파수 이동 기반 피드백 조절 솔루션인 다이내믹 피드백 컨트롤러는 휘파람음 등 피드백 잡음을 줄이면서도 증폭 이득을 유지해 기존 보청기 사용자가 겪던 볼륨 제한 문제를 완화하도록 설계됐다.

 

시장성 측면에서는 스마트 기기와의 연동과 사용 편의성이 경쟁 포인트로 부각된다. 얼루어는 iOS와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직접 오디오 스트리밍을 지원해 통화와 미디어 콘텐츠를 별도 액세서리 없이 보청기로 바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가벼운 터치만으로 볼륨과 프로그램을 제어하는 인터페이스를 적용해 고령 사용자도 접근성을 높였고, 약 4시간 충전으로 최대 38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를 제공해 장시간 외출이나 직장 생활에서도 충전 부담을 줄였다.

 

클라우드 기반 맞춤 피팅 기능도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와이덱스는 업계 최초로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한 피팅 소프트웨어 와이덱스 컴퍼스 클라우드를 도입해, 초기 착용 단계부터 사용자의 청각 특성과 소리 선호도를 정밀하게 반영하고 있다. 청력 검사 결과와 착용 후 피드백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통합 관리되면서, 센터 간 데이터 공유와 재방문 시 신속한 재조정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청각전문가 입장에서는 피팅 이력과 실제 사용 패턴을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이 쉬워지고, 사용자는 보다 짧은 시간에 자신에게 맞는 소리 환경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효용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청각기기 시장에서는 이미 디지털 보청기와 커넥티드 기능, 인공지능 기반 사운드 최적화를 결합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연동과 원격 피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품이 늘고 있으며, 청각 데이터와 생활 패턴 데이터를 통합해 장기적인 청력 관리 솔루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청각센터 간 서비스 품질 차이를 줄이고,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됐던 첨단 기술을 중저가 라인업으로 확산하려는 전략이 병행되는 흐름이다.

 

청각 보조 기기 분야는 엄연한 의료기기 산업에 속해 있어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는 규제가 관건이다. 제품별로 의료기기 인허가와 성능 평가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제조사들은 신기술 적용 시에도 청취 안정성과 장기간 사용에 따른 부담 최소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피팅과 스마트폰 연동이 확산되면서 청각 데이터와 개인 건강 정보 보호 수준을 둘러싼 논의가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격 피팅과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보편화될 경우 의료정보와 유사한 민감 데이터 관리 체계가 요구될 수 있어서다.

 

와이덱스 관계자는 얼루어 우선 도입 이후 꾸준히 이어진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전국 센터 전면 도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하며 더 많은 고객이 와이덱스만의 자연스러운 청취 경험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사람 청각 시스템을 모방한 시간차 기반 보청기와 클라우드 피팅 결합이 국내 청각기기 시장의 고급화와 서비스 경쟁 구도를 촉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로서 보청기의 역할 확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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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덱스#얼루어#보청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