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매출 127% 급증"…에이블씨엔씨, 구조조정 승부수에 상한가권 질주

서윤아 기자
입력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북미 온라인 채널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고, 고강도 사업 구조조정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에이블씨엔씨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12월 16일 오후 장중 코스피가 1%대 하락세를 보이는 약세장에서도 주가와 거래량이 동반 폭발하며 체질 개선과 글로벌 성장 기대가 증시에 빠르게 반영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북미 시장에서의 성과와 국내 오프라인 구조조정이 맞물린 이번 흐름이 중장기적인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오후 2시 40분 기준 에이블씨엔씨는 전 거래일보다 14.46% 오른 12,8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13,200원까지 치솟으며 12,000원대 박스권 상단을 강하게 돌파했다. 같은 시각 코스피 지수가 1.84% 하락하며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에이블씨엔씨는 뚜렷한 개별 모멘텀에 힘입어 상한가권에 근접한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에이블씨엔씨[07852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에이블씨엔씨[07852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특히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전일 하루 8만4,000주 수준에 그쳤던 거래량은 이날 장중 146만 주를 돌파하며 1,700% 이상 급증했다.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형주 가운데서도 단일 종목에 수급이 집중되는 이른바 블랙홀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기술적 반등이라기보다 기존 매물이 대거 소화되며 새로운 가격대 형성을 모색하는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주가 급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성과다. 에이블씨엔씨는 아마존과 틱톡샵 등 북미 주요 온라인 채널에서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매출이 전년 대비 127%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 제품인 미샤 BB크림의 경우 카테고리 1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판매량이 전년 대비 286% 급증한 것으로 알려져, 이른바 K뷰티 1세대 브랜드의 부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회사가 추진 중인 사업 구조 재편 계획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국내 비효율 오프라인 매장과 면세 사업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북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온라인 채널에 자원과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매출 감소 부담이 불가피하지만, 고정비 절감과 해외 고마진 채널 비중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주가 상승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매수 창구 상위에는 개인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이 올라 있다. 최근 외국인 보유 비중은 2%대에서 1% 초반으로 소폭 줄었지만, 이날 거래량이 평소의 17배 이상으로 폭증하면서 기존 보유 주체의 차익 실현 물량을 새로운 매수세가 상당 부분 흡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손바뀜이 향후 주가 하방을 지지하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된다.

 

동종 업계와의 비교도 투자자들의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에이블씨엔씨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3,335억 원으로, 코스피 시총 순위 587위 수준의 전형적인 중소형주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형 화장품주의 시가총액이 수조 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다. 그럼에도 이날 등락률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보합권에 머문 것과 대조되며 업계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어, 북미 온라인 채널 성장세를 바탕으로 한 밸류에이션 재평가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적은 아직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3분기 마케팅 비용 확대 영향으로 약 1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분기 기준 적자 전환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북미와 글로벌 채널 확대를 위한 선제적 투자 성격이 강한 만큼, 이른바 성장통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는 2024년 예상 실적으로 매출 2,640억 원, 영업이익 197억 원 수준의 흑자 기조를 전망하고 있다. PBR 1.15배, 부채비율 74% 수준이라는 점도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과도한 부담이 아니라고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제시한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이 중장기 주가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창립 25주년을 계기로 해외 매출 비중을 내년 7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현재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국내 직영점과 면세 사업 철수는 당장은 외형 축소로 이어질 수 있지만, 고정비를 줄이고 이익률이 높은 북미·글로벌 온라인 비중을 확대하면 영업이익률 개선 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과거 로드숍 중심 브랜드에서 글로벌 뷰티 플랫폼형 기업으로의 전환 과정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단기 수급과 기술적 측면에서 시장의 관심은 13,000원선 안착 여부에 쏠려 있다. 이날 대량 거래를 동반한 장대 양봉으로 12,000원대 매물대를 소화하고 있지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경계감도 존재한다. 증권가에서는 12,000원이 지지선으로 자리 잡을 경우 추가 랠리 가능성을, 반대로 지지에 실패할 경우 11,500원 인근에서 재차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병행해 제시하고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4분기 실적이 관건이다.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성과, 공격적인 마케팅 투자 효과가 재무제표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가 추세적인 우상향 여부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낙관적인 시각에서는 전고점인 15,000원선 재도전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 소비 위축 가능성 등을 감안해 향후 수 분기 실적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투자자 유의 사항도 만만치 않다. 이날 급등이 공시보다는 뉴스 모멘텀과 기대 심리에 기반한 측면이 있어,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영업적자와 2025년 이후 실적 전망이 아직 보수적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중 투자보다는 분할 매수와 손절 기준을 명확히 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북미 매출 성장 지속 여부와 국내 오프라인 철수 속도, 온라인 채널 수익성 개선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다.

 

향후 에이블씨엔씨 주가와 실적 흐름은 북미 온라인 판매 추이, 구조조정 실행 속도, 글로벌 소비 흐름 등 복합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4분기 실적 발표와 내년 해외 매출 비중 변화에 계속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서윤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에이블씨엔씨#미샤bb크림#블랙프라이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