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30년째 희망 고문”…이재명 발언에 전북 정치권 엇갈린 해법
새만금 개발 전략을 둘러싼 갈등이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새만금의 장기 표류를 끝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전북 지역 정치권은 생태 보존과 첨단 산업 전환을 놓고 뚜렷하게 갈라진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에서 새만금 개발사업의 방향성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만금 사업의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것 같고 분명하지 않다”며 “애매모호하게 사업을 다 하는 것처럼 얘기하면 전북도민들에게 희망 고문”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20∼30년을 애매모호하게 갈 수 없다”고 언급해 기존 개발 구상의 전면 재검토 필요성을 시사했다.

정의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은 14일 성명을 내고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 제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해법으로 생태 보존과 복원을 전면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당은 “이 대통령이 새만금 개발과 관련 ‘앞으로도 20∼30년을 애매모호하게 갈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은 지난 30년간 새만금이 겪어온 실패와 혼란을 꿰뚫은 발언”이라고 밝히며 그 취지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개발 방향에 대해서는 기존 개발 중심 접근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구상은 흔들렸고 새만금 기본계획 MP는 누더기 계획으로 전락했다”며 “더는 임시방편식 재수립으로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체 매립 완료 면적은 여전히 40%에 머물러 있고 민자 유치를 전제로 한 관광·레저 개발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새만금은 도민에게 희망이 아니라 끝없는 희망 고문이 돼 왔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은 대안으로 생태 보존과 회복을 축으로 하는 전략 전환을 제안했다. 도당은 “갯벌과 해양 생태계를 지키고 회복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전북의 길”이라며 “실현 가능성 없는 민자 유치와 장기 계획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갯벌과 생태를 보존·복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축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해수 유통 전면 확대, 더 이상의 매립 중단, 군산·김제·부안 수산업 활성화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새만금 개발을 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 거점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호영 의원은 14일 자료를 통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AI 기반 초격차 산업 전환은 새만금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국가적 구조”라고 평가했다. 새만금을 더 이상 과거형 개발사업으로 남겨둘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안호영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산업 전략 전환의 주문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새만금, 30년째 희망 고문’ 발언은 과장된 계획과 비현실적 민자 의존을 끝내고 실행 가능한 새만금으로 전환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라며 “대통령의 지적처럼 새만금은 수십년간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계획을 붙잡고 시간을 허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절이 아닌 재구조화를 강조하며, 새만금을 국가 차세대 성장동력의 실험무대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지난 정권의 정책 변화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안 의원은 “2021년 윤석열 정부가 새만금을 글로벌 그린뉴딜 중심지로 설정한 기본계획을 폐기하면서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은 멈춰 섰고 SK 데이터센터 유치 역시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바로 그 폐기된 방향성을 다시 세울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해, 새만금을 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의 결합지로 재부상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처럼 전북 지역 정치권은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 제기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새만금을 생태 보존 중심으로 재설계할지, 재생에너지·AI를 축으로 한 초격차 산업 거점으로 전환할지를 두고 뚜렷한 견해차를 보였다. 생태 보존을 내세운 진영은 해수 유통 확대와 매립 중단 등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고, 산업 전환 진영은 중단된 대규모 투자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만큼 갈등 조정 과정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 정부가 새만금 기본계획을 어떻게 재정비하느냐에 따라 전북 지역 개발 구도와 정치 지형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와 정부는 후속 논의를 거쳐 새만금 개발 방향과 세부 이행 방안을 조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