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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PMAS 플랫폼…HEM파마, 사명 변경로 글로벌 확장 노린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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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기술을 축으로 성장해온 에이치이엠파마가 사명을 HEM파마로 바꾸고 사업 확장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회사는 독자 데이터 플랫폼을 중심으로 신약 개발, 코스메틱, 헬스케어 로봇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혀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가 축적 단계에서 응용 단계로 이동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닥 상장사 HEM파마는 17일 사명을 공식 변경하고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핵심에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기반 플랫폼 PMAS를 놓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개인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서비스에 방점을 찍었다면, 앞으로는 같은 데이터와 분석 기술을 활용해 신약 파이프라인 발굴, 기능성 화장품, 개인 맞춤 헬스케어 로봇 솔루션으로까지 사업군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가 내세우는 PMAS는 개인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과 개별 솔루션 제안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은 통합 플랫폼이다. 장내 세균을 포함한 인체 내 미생물군 유전체 정보를 고도화된 시퀀싱과 데이터 처리 기술로 분석한 뒤,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 정보와 결합해 질환 위험도와 관리 방향을 제안하는 구조로 설명된다. 단순 분석 리포트 중심 서비스와 비교해, 데이터 해석부터 맞춤 솔루션 설계까지 이어지는 점이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HEM파마는 현재 10만건 이상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를 2028년까지 100만건 규모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데이터 건수가 10배 수준으로 늘어날 경우, 인공지능 기반 패턴 분석과 질환 연관성 탐색에서 통계적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특정 질환·연령·지역별로 세분화된 코호트 분석도 가능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나 라이선스 아웃을 위해서는 대규모 실사용 데이터가 중요한 신뢰 지표가 된다는 평가도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측면에서 PMAS는 특정 미생물 균주 조합이 대사질환, 면역질환, 피부질환 등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찾는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살아있는 미생물 혹은 그 대사물을 약으로 쓰는 바이오 의약품으로, 임상 성공률을 높이려면 표적 질환과 연관된 미생물 패턴을 정교하게 정의하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HEM파마는 데이터 규모를 키우면 후보 균주 발굴과 임상 설계에서 글로벌 경쟁사의 수준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코스메틱 분야에서는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 화장품을 설계하거나, 특정 피부 상태에서 유익한 미생물 조합을 기능성 원료로 삼는 방향이 거론된다. 헬스케어 로봇 사업은 가정이나 요양 현장에서 활용되는 돌봄 로봇이 사용자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안에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결과를 결합해 생활습관 코칭과 영양·운동 가이드를 제공하는 서비스 모델이 유력하다. 업계에서는 로봇 하드웨어 자체보다는, 마이크로바이옴과 연동된 소프트웨어 서비스와 데이터 연계 역량이 HEM파마의 강점이 될 것으로 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의료와 신약 개발 경쟁이 이미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수십만 명 규모 코호트를 기반으로 비만, 당뇨, 염증성 장질환, 면역항암 반응 예측 등에 마이크로바이옴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다수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사가 2상,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며, 일부는 품질 관리와 안전성 기준을 둘러싸고 규제 기관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업이 독자 대규모 데이터 플랫폼을 확보하려는 전략은 글로벌 협업과 라이선스 딜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기술은 아직 규제와 표준화 측면에서 과제가 남아 있다. 각국 규제 기관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동반진단으로 인정할지, 유전체 정보와 함께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과정에 있다. 신약 개발 영역에서는 해당 균주가 장기 복용 시 인체 내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변이되는지까지 데이터를 요구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개인정보이자 민감정보로 어떻게 보호하며 연구·산업 활용을 병행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HEM파마의 사명 변경과 사업 확장 선언을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전환 시도로 해석한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데이터 규모와 품질은 곧 경쟁력이라며 HEM파마가 100만건 데이터 플랫폼을 상용 수준으로 구축한다면 국내외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과의 연계에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HEM파마가 데이터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략이 실제 신약 파이프라인과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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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m파마#pmas플랫폼#마이크로바이옴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