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열병식은 자신감 드러내는 쇼”…드라고네 나토 군사위원장, 북중러 군사동맹론 일축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며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주세페 카보 드라고네 북대서양조약기구 군사위원장은 이러한 일련의 장면을 두고 “중국이 자신감을 드러내고 서방 세력에 맞서는 '쇼'에 불과하다”면서도 실제 군사 동맹으로 해석하는 데 선을 그었다.
드라고네 위원장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북중러 세 정상이 나란히 열병식에 참석했지만 그 자체가 군사동맹을 뜻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 사이엔 나토처럼 표준화, 상호운용성, 그리고 통일된 작전 체계가 없다. 75년 가까이 함께 훈련해온 나토와 같은 수준의 연합을 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다만, 그는 북중러 3국의 결속이 외교·경제 부문에서는 더 강해질 수 있음을 인정했다. 드라고네 위원장은 “시베리아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등 에너지 협력같은 경제적 연결은 충분히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또한, 드라고네 위원장은 “동맹과 협력 강화는 중국 등 권위주의국의 메시지에 맞선 강력한 신호가 된다. 이미 나토 회원국들은 공동 작전 언어를 바탕으로 필요시 함께 싸울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회의적이다. 국제사회가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관련해서도 강한 입장을 내놓았다. 드라고네 위원장은 “우크라이나는 독립국으로 남게 될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이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나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모두 살상 중단을 위해 협상 노력을 기울였지만, 푸틴 대통령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나토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드라고네 위원장은 “한국은 신흥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어 나토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조만간 한국 함정이나 부대가 나토 훈련에 직접 참여하는 날도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드라고네 군사위원장은 이탈리아 해군 제독 출신으로, 나토 32개 회원국 군 지휘관들의 의견을 종합해 사무총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합참의장에 준하는 위치이지만 직접 병력 지휘보다는 조율과 대표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치권은 북중러 연대를 둘러싼 해석과 향후 동북아 군사 지형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나토 등 우방국과의 안보 협력을 보다 강화할 방침인 가운데, 한미일 3국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반의 연대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