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인권센터 대신 평화공존센터”…내년 통일부 예산 1조2천447억원 확정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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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기조 전환을 둘러싼 논쟁과 예산 심사가 맞물렸다. 국회가 2일 내년 통일부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남북협력기금이 3년 만에 1조원대를 회복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국립북한인권센터는 사실상 접고 그 자리에 한반도 평화공존센터를 세우기로 하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국회가 이날 의결한 2026년도 통일부 예산 총지출 규모는 일반회계 2천424억원과 남북협력기금 1조23억원을 합쳐 1조2천447억원이다. 올해보다 20.9% 늘어난 수치다. 사업비 기준으로는 일반회계가 1천729억원으로 올해보다 3.4% 증가했고,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는 25.3% 늘어난 1조1억원으로 편성됐다.

남북협력기금 사업비가 1조원선을 다시 넘어선 것은 3년 만이다. 그러나 남북 교류협력사업이 장기간 중단된 탓에 최근 수년간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매년 대규모 불용이 반복돼 온 만큼, 실제 집행률을 둘러싼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일반회계 신규 사업으로 편성된 한반도 평화공존센터 건립이다. 통일부는 내년 예산에 123억원을 반영했다. 정부는 이 센터를 남북교류와 한반도 평화공존의 의미를 국민과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추진돼 온 국립북한인권센터 사업이 폐지되고, 그 부지에 평화공존센터가 들어서게 된다.

 

평화공존센터에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총 396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계획이다. 내년에는 추가 토지 매입비 117억원과 설계비 6억원 등 123억원이 쓰인다. 이전 정부에서 북한인권센터 건립을 위해 이미 지출한 토지 매입비 95억원까지 합치면 관련 부지 조성에만 약 490억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북한인권센터 설계비로 투입됐던 5억원은 활용처를 찾지 못한 채 예산 낭비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통일부는 비무장지대 일대를 한반도 평화관광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계획도 새로 꺼냈다. 내년 예산에는 DMZ 국제 생태·평화관광협력지구 개발 사업비 4억8천만원이 신규 반영됐다. 정부는 DMZ 일대를 생태·평화관광 명소로 조성한 뒤, 여건이 조성되면 남북 공동협력지구로 확대하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남북 교류가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미래 지향적인 기반 사업을 선반영한 셈이어서 실효성을 둘러싼 논의가 예상된다.

 

사회적 대화와 민간 통일운동 관련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삭감됐다. 정부가 새로 편성한 사회적 대화 활성화 사업은 당초 요구액에서 7억5천만원이 깎인 17억5천만원으로 확정됐고, 민간통일운동 활성화 지원 사업은 5억원이 삭감된 5억1천만원으로 결정됐다. 남북관계 경색 속에서 통일 관련 민간·사회 부문의 활동 예산을 얼마나 둘 것인지 놓고 여야의 시각 차가 드러난 대목이다.

 

남북협력기금 가운데 상당수 사업은 정부 원안대로 통과했지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비 2억원은 전액 삭감됐다. 연락사무소가 장기간 가동되지 않는 상황을 국회가 고려한 조치다. 여야는 실질적인 남북 대화채널이 멈춰선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당장 재가동 전망이 불투명한 시설의 운영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선 이견을 드러냈다.

 

통일부 예산이 확대된 것은 남북관계 경색 장기화 속에서도 향후 대화 재개와 교류 협력 재가동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정부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북한인권센터 폐지를 둘러싼 인권·평화 정책 기조 논쟁과 남북협력기금 불용 문제, DMZ 관광사업의 실효성 등 쟁점이 곳곳에 남아 있어 정치권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내년 정기국회에서 예산 집행 상황을 점검하고,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관련 사업들을 조정하는 방안을 놓고 다시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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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윤석열정부#남북협력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