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지직 롤파크 출범…라이엇·네이버·숲, LCK 중계혁신 승부수
e스포츠 중계 플랫폼 주도권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가운데,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프로 리그 LCK가 5년 단위의 장기 파트너십으로 새 판을 짰다. 라이엇게임즈가 네이버와 숲과 손잡고 2030년까지 중계와 팬 경험을 묶은 통합 모델을 추진하면서, 국내 e스포츠 산업의 미디어 전략이 전통 스포츠 수준으로 고도화되는 흐름에 올라탄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e스포츠 중계권 사업이 본격적인 프리미엄 콘텐츠 시장으로 편입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16일 네이버, 숲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5년 장기 파트너십 체결 사실을 공개했다. 계약 규모는 국내 e스포츠 분야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일부 프로스포츠 리그와 비교 가능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권리 구조와 금액 등 세부 조건은 비공개다.

이번 계약에 따라 2026년 시즌부터 LCK 국내 생중계는 네이버와 숲 두 플랫폼에서만 제공된다. 기존 라이엇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하이라이트와 비하인드 등 요약·부가 영상만 제공되며, 풀 경기와 핵심 콘텐츠는 네이버와 숲에서 우선 공개되는 구조다. 퍼스트 스탠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월드 챔피언십 등 국제 대회는 현행처럼 유튜브를 통해 시청이 가능해 글로벌 팬 접근성은 유지된다.
중계권을 둘러싼 핵심은 단순 송출이 아니라 시청 경험의 재설계다. 네이버와 숲은 각자 플랫폼 특성에 맞춰 크리에이터가 직접 경기를 해설·중계하는 코스트리밍 생태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용자는 선호하는 스트리머 채널에서 LCK를 시청하는 기존 소비 패턴을 유지하면서도, 공식 중계 퀄리티와 긴밀히 연동된 콘텐츠를 접하는 구조로 재편될 전망이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팬 이벤트를 연계해 경기장 현장 경험과 온라인 시청 경험의 간극을 줄이겠다는 전략도 포함됐다.
리그의 물리적 거점인 경기장도 플랫폼 브랜드 중심으로 재정비된다. 네이버는 LCK 공식 스폰서로서 서울 롤파크의 네이밍 권리를 확보하고, 경기장 명칭을 치지직 롤파크로 교체한다. LCK 아레나 내에는 치지직 브랜딩 좌석 존을 마련하고, 치지직 전용 브랜딩 공간을 조성해 온라인 라이브 플랫폼 이미지와 오프라인 e스포츠 체험 공간을 결합할 계획이다.
국내 플랫폼사로는 처음으로 라이엇 계정과의 연동도 추진된다. 네이버는 라이엇 계정 연동을 통해 경기 시청 보상인 드롭스를 비롯해 네이버 쇼핑, 예약, 페이 등 주요 서비스를 LCK 시청 경험과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청뿐 아니라 굿즈 구매, 경기 티켓 예매, 현장 결제 등 e커머스와 금융 기능이 한데 묶여, LCK를 중심으로 한 종합 디지털 팬 허브가 구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숲은 스트리머 중심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LCK와의 파트너십에 집중 투영한다. 기존에 운영 중인 스트리머 기반 콘텐츠와 LCK 게임단과의 스트리밍 파트너십을 고도화해, 경기 전후 선수와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는 다양한 라이브 콘텐츠를 확대할 계획이다. 모바일, PC, 스마트TV, 케이블TV, 태블릿 등 여러 기기에서 시청 가능한 멀티 디바이스 환경과, 다시보기나 특정 장면으로 즉시 이동하는 타임머신 기능 등 시청 편의 기능도 LCK 공식 중계에 적극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합의는 e스포츠 중계권의 수익 모델과 접근성 사이 균형을 새롭게 모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이엇게임즈는 누구나 시청 가능한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특정 플랫폼과의 장기 파트너십을 통해 리그 수익성과 투자 여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선택을 했다. 네이버와 숲 입장에서는 LCK라는 프리미엄 라이브 콘텐츠를 장기간 확보함으로써, 동시접속 시청자 확대와 광고·구독·커머스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는 이미 리그 단위 장기 중계 계약과 독점 플랫폼 제휴가 일반화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포츠 리그가 유료 방송사와 수년 단위 파트너십을 체결해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가져가는 것이 통상적 모델이며, 북미 LCS와 같은 e스포츠 리그도 대형 플랫폼과의 라이선싱 계약을 통해 수익을 확보해왔다. LCK의 이번 행보는 국내 시장에서 e스포츠를 전통 스포츠급 미디어 자산으로 포지셔닝하려는 시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다만 중계 플랫폼이 축소되는 만큼, 이용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접근성 변동에 대한 적응 기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글로벌 플랫폼 중심으로 시청해온 국내외 팬의 시청 경로가 달라지면서, 계정 연동과 언어별 서비스 구조, 해외 시청 환경 등에 대한 세부 설계가 후속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반대로 플랫폼 입장에서는 LCK를 계기로 자체 사용자 기반을 해외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도 열리는 셈이다.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LCK 생태계 전반에 대한 신뢰와 규모를 한 단계 끌어올려 수세대가 함께 즐기는 프리미엄 콘텐츠라는 목표에 가까워지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플랫폼인 네이버와 숲과 협력해 LCK 팬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e스포츠 산업계는 LCK와 네이버, 숲이 구축하는 중계권·현장 경험·커머스가 결합된 삼각 구조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수익성과 시청자 만족도를 확보할지 주목하고 있다. 전통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미디어 전략과 디지털 플랫폼 역량이 리그 가치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가운데, 기술과 콘텐츠, 팬 경험을 엮어내는 방식이 향후 e스포츠 생태계의 성패를 가르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