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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나노 30초 비행중단”…이노스페이스, 폭발 원인 분석 착수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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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우주 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가 브라질에서 진행한 첫 상업 발사에서 비행 중 폭발한 한빛나노의 실패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회사는 비행 계측 데이터와 지상 관측 자료, 회수한 파편을 종합해 구조적·시스템적 결함을 추적하고 있으며, 브라질 공군과의 합동 조사를 통해 상업 발사 서비스 신뢰도 회복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한국 민간 우주 발사체 산업의 기술 성숙도와 안전 체계 수준을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노스페이스는 29일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23일 진행한 한빛나노 첫 상업 발사 과정에서 발생한 비행 중단 및 폭발에 대해 본격적인 원인 분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단형 소형 위성 발사체 한빛나노는 한국시간 23일 오전 10시 13분 발사대에서 정상 이륙해 예정된 수직 궤적을 따라 상승했다. 1단 주 엔진인 추력 25톤급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이 계획대로 점화돼 초기 비행 구간을 안정적으로 통과했으며, 중대형급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의 실제 비행 기록으로는 세계 첫 사례로 평가된다.

발사 30초가 경과한 시점부터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이노스페이스와 브라질 공군의 초기 분석에 따르면 발사체는 구름층을 통과하는 시점까지 정상적으로 상승했으나, 이 구간에서 기체와 지상 관제 시스템 간 통신이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미확인 원인에 따른 기체 손상이 발생했고, 발사체는 3개에서 4개 수준의 덩어리로 분리되는 모습이 영상과 계측 데이터에서 동시에 포착됐다. 이 시점에 1단 엔진 추력도 중단된 징후가 나타나면서 발사체는 추력과 자세를 모두 상실한 채 1단부, 2단부, 기타 파편으로 자유낙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안전 체계는 설계된 대로 작동했다. 낙하 궤적 예측 지점인 가상충돌지점이 발사장 내 안전 구역 안에 형성되자, 이노스페이스와 브라질 안전통제팀은 사전 합의된 비행종단시스템을 가동했다. 비행종단시스템은 비상 상황에서 발사체를 의도적으로 파괴해 파편 비산 범위를 통제하고 잔존 추진제에 따른 2차 폭발을 차단하는 장치로, 지면 충돌 시점에 폭발 처리하도록 설정됐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인명 피해와 추가 시설 손상을 막았으며, 발사체 운용사와 발사장 운영 주체 사이의 비상 절차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작동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비행에서는 상업 고객의 위성과 탑재체가 함께 올라탔다. 탑재체 손실은 사전에 가입된 고객 측 보험을 통해 보상 절차가 진행되며, 이노스페이스는 보험 구조가 발사 실패 시에도 자사 재무 구조와 후속 발사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은 재발사나 대체 발사체 이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발사업체는 축적된 비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구조다.

 

발사 실패의 최종 원인은 브라질 공군 산하 항공사고조사 및 예방센터가 주관하는 공식 조사에서 규명될 전망이다. 항공사고조사 및 예방센터는 영상, 텔레메트리, 레이더 추적, 회수된 잔해를 모두 분석해 구조 파손 위치, 전기·기계 시스템 고장 여부, 환경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이노스페이스는 발사체 잔해 일부를 회수해 브라질 공군과 공동 분석에 활용하고 있으며, 탱크·엔진 마운트·단 분리 구조 등에서 잠재적인 설계 또는 제작 취약 요소가 있었는지도 점검 중이다.

 

이번 비행은 실패로 기록됐지만, 이노스페이스는 발사체 이륙과 초기 비행 구간 전반에 대한 실측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추력 25톤급 하이브리드 엔진의 실제 비행 성능, 진동과 열 환경, 구조 응력 분포, 비행 제어 알고리즘의 응답 특성 등은 지상 시험만으로 완전히 재현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회사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엔진 신뢰성 모델을 보정하고, 연료 조성·연소실 설계·배관 계통 등 하이브리드 엔진 특유의 위험 요인을 정량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민간 우주 발사체 시장에서는 초기 발사 실패를 거쳐 신뢰도를 쌓는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 스페이스X도 초기에 연속 실패를 겪은 뒤 엔진·탱크·비행컴퓨터를 반복 개량해 재사용 로켓 상용화에 도달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고체·액체·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추진 방식이 경쟁 중이며, 이노스페이스의 하이브리드 로켓은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하고 지상 취급이 안전한 점을 앞세워 소형 위성 전용 발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만 추진제 연소 안정성과 대형화 난도는 기술적 과제로 남아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한국형 발사체를 중심으로 공공 우주 발사 인프라를 구축해 왔고, 민간 기업은 상용 위성 발사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기술을 개발해 왔다. 원인 조사 결과에 따라 하이브리드 추진계의 설계 기준, 발사장 안전 규제, 상업 발사 보험 구조 등에 대한 제도 보완 논의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해외 발사장에서의 상업 임무 비중이 커지는 만큼, 국내외 안전 기준 정합성과 사고 대응 절차의 상호 승인 문제가 중장기 과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사체 신뢰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구조·추진·유도 제어 전 영역에 걸친 보수 설계, 중복 센서와 제어 로직 강화, 통신 단절 상황을 가정한 비상 모드 설계 등이 주요 검토 대상이다. 회사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 내년 발사 슬롯을 확보해 두었으며, 항공사고조사 및 예방센터의 공식 조사 결과와 후속 조치 이행이 완료되는 시점에 맞춰 한빛나노 재발사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우주 발사체는 설계부터 비행까지 수천 개 변수가 동시에 작동하는 고난도 산업으로, 실제 상업 발사 단계까지 도달한 기업 자체가 아직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첫 상업 발사가 기술 완성도뿐 아니라 재현 가능한 신뢰와 안전 기준을 증명해야 하는 가장 높은 문턱인 만큼, 조기 종료로 고객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비행에서 확보한 전 주기 데이터를 토대로 기술 완성도와 신뢰도를 끌어올려 후속 발사 성공 확률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한빛나노가 다음 발사에서 상업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 민간 우주 산업의 안전·품질 기준이 얼마나 고도화될지 주목하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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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스페이스#한빛나노#브라질알칸타라우주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