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 변화로 파킨슨 위험 예측”…서울아산병원, 맞춤 치료 새 단서
렘수면 행동장애가 동반된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비슷한 시기 질병 진단 이전부터 건강한 사람과 뚜렷이 달라진다는 국내 연구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조성양 교수팀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파킨슨병 환자 104명과 생활환경을 맞춘 대조군 85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파킨슨병 진단 전 렘수면 행동장애를 경험한 환자는 이미 질병 초기부터 유해균 비율이 높고 장내 환경이 악화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본 연구가 파킨슨병의 경과 예측과 맞춤형 치료법 개발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파킨슨병 진단 전 렘수면 행동장애를 경험한 환자가, 건강한 대조군과는 달리 장 점액층 분해 및 염증 유발과 관련된 아커맨시아·에쉬리키아 등 유해균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났다. 이 환자군에서는 장벽 보호 유전자 발현도 뚜렷이 적어, 해로운 세균이 장벽에 부착돼 염증을 유발하는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또한, 질병이 진행돼도 이런 장내 미생물 불균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반대로 파킨슨병 진단 전 렘수면 행동장애가 없던 환자는 초기에는 섬유질 관련 유익균이 풍부해 건강한 장내 환경을 보였으나, 진단 2년 후부터는 미생물 구성이 렘수면 행동장애 동반 환자군과 유사하게 악화됐다. 식이섬유 섭취량이 모두 일반 권장량을 넘었음에도 이런 결과가 확인돼, 단순한 식이조절로는 장내 미생물 균형 회복이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알파시누클레인 같은 신경전달물질 및 단백질 대사 이상이 신경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대표적 퇴행성 뇌질환이다. 최근에는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이 뇌보다 장 신경계나 말초신경에서 먼저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제 연구에 따라 파킨슨병 발병 경로는 '뇌 우선형'과 '장 우선형'으로 구분된다. 뇌 우선형 환자는 렘수면 행동장애가 늦게 나타나거나 아예 없지만, 장 우선형 환자에서는 렘수면 행동장애가 파킨슨병에 앞서 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 또한 발병 경로 및 수면장애 동반 여부가 장내 미생물 구성 악화와 직접 연결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렘수면 행동장애와 파킨슨병 환자에서 장내 미생물 변화가 유사하다는 점은 해외에서도 일부 보고된 바 있지만, 발병 경로별 차이는 구체적으로 규명되지 않았었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선진 의료기관에서는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신경질환 조기 진단 바이오마커 개발,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연구가 본격화되는 추세다. 유럽·미국 등에서도 장내 미생물 변화를 활용한 신경계 질환 예측 및 교육·치료 가이드라인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식약처·복지부 중심으로 장내 미생물 데이터 활용 및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가이드라인 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환자 데이터 활용 및 개인정보보호 이슈, 맞춤형 치료제 허가 기준에 대한 의료계·산업계 논의가 활발하다.
정선주 교수는 "초기 장내 미생물 분석이 파킨슨병 진단과 치료전략 수립의 중요한 지표가 될 가능성을 열었다"고 밝혔고, 조성양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 등 임상 증상과 미생물 환경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치료가 환자 삶의 질에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급 국제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에 게재됐다. 산업계는 이번 연구가 파킨슨병 조기 진단과 치료법 혁신의 신호탄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