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대 삼각편대 부상”…정청래·김민석·강훈식, 지방선거·전대 정국 변수로 급부상
정치권 세력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당정대 삼각편대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내년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존재감을 키우며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세 사람의 행보는 각각 당 혁신, 국정 운영, 외교·국정 메시지의 축을 이루며 여권 지지층 재편과 향후 당권 경쟁 구도와도 맞물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주목도가 가장 빠르게 올라간 인물은 김민석 국무총리다. 그동안 김 총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초반 내각을 이끌며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기보다 국정 안정에 방점을 찍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을 정조준하며 야권과의 각을 세우는 모습이 두드러지면서 정치적 위상이 달라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총리는 종묘 인근 재개발 사업과 한강버스, 광화문 일대에 추진 중인 감사의 정원 사업 등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주요 프로젝트를 연달아 비판하며 공격 수위를 높여 왔다. 단순한 정책 견해 차이를 넘어 서울시정의 방향과 공공성 논쟁을 전면에 올려놓았다는 해석도 함께 나온다.
그는 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으로서 APEC 정상회의를 주도하며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어 신안 여객선 좌초 사고, 인제 산불 등 각종 재난 상황과 관련해 신속히 메시지를 내고 현장 대응을 독려하면서 책임 총리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3일 “김 총리의 경우 APEC 이전과 이후 움직임이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국정 안정형 총리에서 정치형 총리로 변곡점을 맞고 있다고 해석했다.
정청래 대표는 당내에선 전광석화 속도전을 앞세운 강경 행보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는 검찰·언론·사법 개혁 입법을 밀어붙이는 한편, 보수 야권을 겨냥한 내란당 프레임 공세로 강성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내는 모양새다. 야당이 삼권분립 훼손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도 이른바 조희대 때리기로 3대 특검 추진에 힘을 실으며, 여권 핵심 지지층 사이에선 당 대포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따라붙는다.
정 대표는 당내 민주주의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당헌·당규 개정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당 대표 재임 시기에 대의원의 표 가중치를 일부 완화한 선에서 나아가, 표 가치를 완전히 동일하게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를 통해 당원주권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내년 전당대회를 겨냥해 당심을 선점하려는 연임용 포석이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86그룹 운동권 출신인 정청래 대표, 김민석 총리와 달리 강 실장은 1990년대 학번을 중심으로 한 97그룹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그는 여권 내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인물로, 청와대 비서실장들이 주로 뒤에서 조율에 나섰던 과거와 달리 전면에 나서 국정 메시지를 설명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강 실장은 최근 두 차례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로 임명돼 폴란드, 루마니아, 노르웨이를 연달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방산·에너지·인프라 협력 논의를 진행하며 이재명 정부의 경제안보 외교를 뒷받침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선제 방문해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고 방산 협력 방안을 협의하는 등 실무형 특사 역할을 수행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찾아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회동하며 한미 간 직통 소통 채널을 마련했다. 아울러 강 실장은 이재명 정부 핵심 개혁 과제를 직접 브리핑하고, 방송 인터뷰를 통해 국정 기조를 설명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면 아래에서 조율에 집중했던 관행과는 다른 행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들 삼각편대의 행보를 지방선거 구도와 직결되는 흐름으로 읽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선 지방선거 승리는 당 대표인 정청래 대표에게 가장 직접적인 정치적 과제가 된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선거 결과는 곧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과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경쟁력 있는 카드로 평가되는 김민석 총리와 강훈식 실장의 지방선거 차출론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가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만큼, 당내 일각에선 김 총리나 강 실장을 전략적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현재로선 출마설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두 인사가 스스로 뜻만으로 거취를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할수록 여권 내 요구가 커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한 지방선거 판세가 녹록지 않을 경우, 당내에서 김 총리 차출론이 분출하고 정 대표가 전략공천 카드를 활용해 구도를 재편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정 대표는 지난달 지방선거 전략에 대해 “필요한 경우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며 “어느 정도까지 행사할지는 상황을 봐 가면서 하겠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세 사람의 관계와 행보는 내년 8월 전당대회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평가다. 보궐선거를 통해 당 대표에 오른 정청래 대표는 내년 전당대회에서 총선 공천권을 쥐는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당 내외에서 힘을 얻고 있다. 당원 권한 강화 구상이 당 대표 연임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함께 제기된다.
김민석 총리의 경우 전당대회 출마를 통해 여의도로 복귀하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거론된다. 김 총리가 국정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이재명 정부의 첫 당 대표이자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는 정청래 대표와 중도 확장력을 내세울 수 있는 김 총리가 맞붙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여권 지지층이 최근 분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경쟁은 여권 내 세력 재편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상대적으로 전당대회 직접 출마론이 크지 않지만, 세대교체 상징성과 외교·경제 분야에서 쌓는 실적을 토대로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당내 97그룹과 중진그룹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강 실장의 향후 정치적 활용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다만 지방선거 결과가 전당대회 구도를 상당 부분 선정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방선거 승패에 따라 정청래 대표의 책임론 또는 재신임론이 부상할 수 있고, 김민석 총리와 강훈식 실장의 향후 진로 역시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총리 차출론이 고조되면 정 대표가 직접 출마 조율에 나서고, 필요시 전략공천 카드와 연계해 당내 세력 균형을 맞추려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와 당권 재편 국면을 앞두고 정청래·김민석·강훈식 삼각편대의 행보는 당분간 정치권의 집중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공천 기준과 전략지역 선정 작업을 통해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며, 내년 전당대회 일정과 룰 논의를 병행하며 본격적인 당권 경쟁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