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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리더십 포럼…APAC 협력 확대, 정밀의료 경쟁력 모색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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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정밀의료와 신약 개발을 둘러싼 아시아 태평양 지역 협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산하 마이크로바이옴신약기업협의회가 주도한 국제 포럼에서 각국의 연구기관과 기업이 최신 연구성과와 임상 적용 전략을 공유하며 공동 규제 대응과 데이터 표준화 필요성도 부각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APAC 지역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 형성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신약기업협의회는 국립보건연구원과 PacBio 후원으로 APAC 마이크로바이옴 리더십 포럼을 20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정부기관, 학계, 산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임상 적용, 데이터 표준화, 규제 방향을 집중 논의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포럼 개회는 마이크로바이옴신약기업협의회 회장인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가 맡았다. 고 대표는 한국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의 현재 위치를 진단하며 글로벌 공동연구 확대, 임상 데이터 공유, 규제기관과의 초기 소통 강화가 경쟁력 확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 세션에서는 시퀀싱과 메타지노믹스 등 핵심 분석 기술을 활용한 임상 및 비임상 연구 성과가 다수 소개됐다. 중국의과대학병원과 메타젠 테라퓨틱스는 차세대 시퀀싱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해석과 이를 실제 기초 연구에서 임상 연구로 확장하는 사례를 공유했다. 특히 궤양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분변 미생물 이식 FMT 최신 연구 결과가 발표돼 난치성 염증성 장질환 치료 옵션으로서 마이크로바이옴 접근법의 현실성을 보여줬다.

 

미생물 감시와 환경 메타지노믹스 관련 세션에서는 감염병 조기 경보 체계에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가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 태평양 리더 말라리아 연합은 병원체 모니터링을 고도화해 신종 질병 위협을 지역별로 조기에 포착하는 전략을 소개했다. 싱가포르 국립 유전체 연구소와 모나쉬대학교 연구진도 환경 시료 기반 메타지노믹스 분석 플랫폼과 데이터 해석 방법론을 공유하며, 국가 간 데이터 연계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 세션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의 상용 분석과 치료제 개발 사례가 소개됐다. 마크로젠은 복수의 미생물 유전체를 동시에 읽어내는 샷건 메타지놈 분석 서비스를 중심으로, 질병 연관 마커 발굴과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 방향을 설명했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제 후보 파이프라인과 임상 진행 현황을 공유하며 기존 면역항암제 대비 부작용 감소와 반응률 개선 가능성을 제시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각국의 규제 환경과 데이터 표준 부재가 여전히 상용화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고 공통 인식을 드러냈다. 국가마다 인체유래물, 유전체,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 취급 기준이 달라 대규모 통합 분석과 다국가 임상 설계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APAC 차원의 데이터 포맷 통일, 윤리지침 정비, 규제기관 간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광표 회장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의 기술력과 임상 경험을 적극 알리고, 글로벌 공동연구와 공동 임상 추진 기회를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한국이 축적한 장내 세균 특성 데이터와 임상 인프라를 APAC 네트워크와 연계하면, 희귀질환과 만성질환을 겨냥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이치이엠파마 지요셉 대표는 APAC 지역이 인구 규모, 생활 환경, 식습관 다양성 측면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양한 인종과 생활양식을 반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표준을 선도할 여지도 있다며, 협의회가 국제 네트워크와 공동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리더십 포럼이 아시아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와 산업화의 협력 거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와 데이터, 산업 생태계가 함께 정비될 경우,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이 정밀의료와 백신, 신약개발 패러다임 전환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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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신약기업협의회#고바이오랩#에이치이엠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