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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신약 심사 1~2개월로 단축”…FDA, 노보·릴리 등 국가우선바우처 지정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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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DA가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을 ‘국가 우선 바우처(CNPV)’ 수혜 대상으로 선정하며 글로벌 신약 심사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비만 치료 시장에서 혁신 신약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FDA의 국가 우선 바우처 프로그램을 통해 승인 심사 기간이 기존 10~12개월에서 1~2개월로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글로벌 비만 신약 경쟁의 본격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FDA는 6일(현지시각) 두번째 국가 우선 바우처 시범 사업의 일환으로 6개 신약 개발 기업을 추가 지정했다. 이로써 지난달 선정된 9곳까지 총 15개사가 해당 바우처를 획득하게 됐다. 국가 우선 바우처란 미국 보건·국가 안보 관점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신약에 한해 승인 절차를 첨단화하는 제도로,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제조 내재화 및 신속한 시장 접근을 지원한다.

주요 수혜약은 노보 노디스크의 GLP-1 계열 주사제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으로, 모두 만성적인 비만 환자용 혁신 치료제로 꼽힌다. 기존 심사 방식은 신청 후 결과까지 1년 이상 소요됐으나, 바우처 도입에 따라 신약 허가 신청서 제출 이후 1~2개월 내 신속 심사가 가능하다. 특히 심사관과의 유기적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해 승인 가능성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약품별로 보면, 위고비는 신경 내분비계 기반의 GLP-1 유사체로 체중감소 효과의 장기지속성을 입증했고, 오포글리프론은 경구제 기반으로 복용 편의성과 적응증 다양화가 강점이다. 미국 내 처방 급증과 더불어 글로벌 제약사 간 비만·대사질환 신약 시장 선점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FDA는 비만 신약 외에도 존슨앤존슨, 베링거인겔하임, GSK 등 글로벌 빅파마의 항암·희귀질환 치료제, 아동 약물내성 결핵치료제 등에도 국가 우선 바우처를 부여했다. 이는 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여 공중보건상 시급한 치료제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럽 EMA와 일본, 한국 등 주요 규제기관에서도 이와 유사한 패스트트랙 신속 심사제도의 도입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정책적 쟁점도 크다. 마티 마카리 FDA 국장은 “국가 우선 바우처 제도는 제조의 국가내재화, 공중보건 충족 미달영역 해결에 동의한 기업에 집중됐다”며, “시장 접근의 장애물을 기술적·행정적으로 완화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밝혔다. 단, 신속 승인 과정에서 안전성과 품질 검증 기준이 기존보다 완화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추가 절차가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심사 단축과 시장 접근 가속이 미국 내 약가정책, 보험적용, 헬스케어 디지털화 등 주변 제도의 변화와 맞물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비만·희귀질환 등 미충족 질환 분야에서 신약을 빠르게 공급하는 것은 혁신 경쟁의 필수 조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FDA 정책이 글로벌 신약 시장 구조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바꿀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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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노디스크#일라이릴리#f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