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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조 중동시장, GCC-DR로 뚫는다”…K제약 진출 가속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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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중동 의약품 시장이 국내 제약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 현지 규제 특성에 맞춘 맞춤형 진출 전략이 국내 기업들에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MARC그룹에 따르면 GCC(걸프협력회의) 6개국 의약품 시장은 2023년 237억 달러(34조4005억원) 규모에서 2033년까지 489억8000만 달러(71조944억원)로 연 7.6%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는 올해와 내년을 중동 시장 공략의 ‘분기점’이 될 시기로 평가하고 있다.

 

GCC는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등 6개국으로 구성된다. 제네릭 의약품 시장 역시 2023년 64억 달러(9조2947억원)에서 2035년 159억 달러(23조820억원)로 연 10.04% 성장세가 예상된다. 이에 현지 의약품 규제 효율성을 높인 '의약품 중앙등록제'(GCC-DR: Gulf Cooperation Council-Drug Registration)가 도입돼 역내 시장 진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GCC-DR 제도는 하나의 국가에 의약품을 등록하면 나머지 회원국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평균 승인 시간도 기존 838일에서 321일로 단축돼,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 진입에 들이는 시간·비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GCC 2개국 이상에 등록된 제품은 심사 기간이 약 61일로 더욱 단축된다. 이미 선진국형 규제 시스템을 갖춘 한국 제약사들은 이 제도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성과도 부각된다. GCC-DR 등록 제품은 국제적 제조 신뢰도와 현지 의료진, 소비자 신뢰까지 두루 확보할 수 있다. 또 아시아·유럽 등 기존 시장 대비, 중동은 바이오 의약품 제조 역량 강화와 자국 내 의료 인프라 확대 정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장기 수출 거점으로도 주목받는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대형 제약사들도 속속 현지 투자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바이오 생태계 조성, 신약개발 R&D와 생산 협력 논의를 진행했다. 사우디 시장은 GCC 내 비중이 46.5%에 달하며, 2030년엔 190억 달러(27조6184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지 정부 또한 ‘비전2030’ 전략에 따라 바이오·제약 인프라 구축과 자급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대웅제약은 이미 자사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중동·북아프리카 20개국 중 절반에 가까운 10개국에서 허가·판매하고 있으며, 현지 의료진 대상 교육 및 영업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사우디아라비아 제약사 타북과 2023년, 호중구감소증 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추가로 전립선비대증·발기부전 치료 복합약 등 수출 품목을 늘려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경쟁 측면에서 K제약의 차별화 포인트는 선진 규제 대응, 품질관리 능력, 그리고 공식 인증 절차에 대한 경험으로 분석된다. 미국·유럽 기업들도 GCC-DR 기반 공동 심사, 품질 보증 강화 등 대형 파트너십을 확대 중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사들이 현지 규정을 충분히 파악하고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면밀히 밟는다면, 중동 시장의 문은 더욱 빠르게 열릴 것”이라며 “아직 GCC-DR의 추가 규제 변화나 현지 의약품 수급 정책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계는 중동 시장에서 K제약이 글로벌 신흥 강자로 부상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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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c-dr#대웅제약#한미약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