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나노 수요는 꿈에도 못 꿨다”…TSMC, 대만 대규모 투자로 AI 반도체 패권 굳히기 나서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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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5일, 대만(Taiwan) 타이베이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가 인공지능(AI) 칩 수요 확대에 대응해 대만 내 2나노 생산 공장을 3곳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이번 조치는 첨단 공정 투자를 대만에 다시 집중시키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구조와 대만 반도체 산업의 위상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자유시보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등 정부 부처와의 회의에서 기존 7곳인 2나노 생산시설을 10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은 TSMC가 추가 2나노 공장 건설 후보지로 타이난시가 추진 중인 남부과학단지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총 투자 규모는 약 9천억 대만달러, 한화로 약 42조1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TSMC, 대만 2나노 공장 3곳 추가…AI 칩 수요에 42조 원대 투자 추진
TSMC, 대만 2나노 공장 3곳 추가…AI 칩 수요에 42조 원대 투자 추진

추가 공장 부지 규모는 약 40헥타르로 알려졌으며, 인허가와 기반 시설 준비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 이르면 내년에 첫 삽을 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TSMC는 이미 올 분기부터 2나노 공정 제품의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대만에서 최첨단 공정 상용화가 본격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TSMC의 이번 행보에는 미국(USA) 내 대규모 투자로 불거진 대만 반도체 산업 공동화 우려를 완화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TSMC는 미국에서만 약 1천650억 달러(약 242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대만 내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핵심 공정과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장 관계자들은 2나노 공장 증설 계획이 첨단 공정의 중심을 여전히 대만에 두겠다는 메시지이자, 대만 내 공급망과 고급 인력을 붙잡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최근 2나노 공정 관련 주문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나노에 대한 뜨거운 수요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고객사 수요에 맞춰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와 고성능 데이터센터 확산이 2나노 공정 기반 AI 칩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2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나타내는 단위인 나노미터(nm) 기준에서 최첨단 공정에 속한다. 선폭이 좁아질수록 전력 소모는 줄어드는 반면 연산·처리 속도는 빨라지는 특성이 있어, 전력효율과 성능을 중시하는 데이터센터용 AI 칩과 고급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에서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2나노 공정 상용화를 선도하는 기업은 현재 TSMC가 대표적이며, 미국과 유럽연합(EU) 주요 IT 기업들은 차세대 AI 인프라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당 공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TSMC는 지난달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AI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자본 지출을 400억∼420억 달러, 한화로 약 58조9천억∼61조8천억 원 수준으로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황런자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 가운데 약 70%를 2나노를 포함한 첨단 공정 기술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10∼20%는 특수 공정 기술, 또 다른 10%는 첨단 패키징 테스트, 포토마스크 및 기타 프로젝트에 배분해 전후 공정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대만 내에서는 TSMC의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국가 안보 차원의 의미도 지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이 대만에 집중돼 있을수록 미국과 동맹국들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대만과 긴밀히 얽히게 돼, 이른바 ‘실리콘 방패’ 효과가 강화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과 유럽, 일본(Japan) 등 주요국은 자국 내 생산기지 확대를 압박하고 있어, TSMC는 각국의 요청과 대만 내 기반 유지 사이에서 균형 잡힌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는 TSMC의 2나노 투자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China)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첨단 공정 생산 능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충하느냐가 AI·클라우드·모바일 산업의 주도권을 좌우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TSMC가 대만 내 대규모 증설을 선택할 경우, 미국과 일본, 유럽으로의 일부 분산에도 불구하고 첨단 공정의 중심축은 당분간 대만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글로벌 주요 매체들도 TSMC의 투자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최근 TSMC를 비롯한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이 AI 붐을 계기로 전례 없는 규모의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향후 몇 년간 반도체 업황과 IT 투자 흐름이 이들 기업의 결정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열 투자에 따른 공급 과잉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AI 수요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가팔라 단기간 내 과잉 국면으로 전환될 위험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TSMC의 2나노 공장 증설이 AI 반도체 공급능력 확대와 더불어, 대만 내 고급 공정과 관련 공급망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동시에 미국과의 대형 투자 프로젝트, 일본·유럽 진출 계획과 맞물려 글로벌 반도체 투자 흐름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사회와 업계는 TSMC의 이번 대만 투자 계획이 실제 어느 속도로 구체화될지, 그리고 차세대 AI 반도체 경쟁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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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웨이저자#대만2나노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