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구금 사태 책임 묻는다”…여야, 외교부 강력 질타 속 정면 충돌
한미 외교 현안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촉발된 한국인 300여 명의 집단 구금 사태를 놓고 여야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외교부 등 관계부처를 상대로 여야가 한목소리로 정부 대응을 질타하며 책임 소재를 두고는 거센 공방전을 벌였다.
이날 회의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집단 구금 사태가 불거진 이후 국회 차원에서 이뤄지는 첫 공식 현안 질의였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미국에 투자하는 우리 기업에 대해 군사 작전하듯이 수백 명의 한국인을 이렇게 구금한다면 앞으로 제대로 된 대미 투자가 어렵다”며 “정부와 외교부에서 모든 외교 라인을 총동원해 미국에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도 “심히 유감스럽다. 투자하라고 설득해놓고 오히려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여당 국민의힘 역시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안철수 의원은 “외교부 장관께서 오늘 미국 출국 예정이시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공군 1호기라도 동원해 긴급히 조치에 나섰어야 했다”며 당국의 신속한 대응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주말 외교부장관의 주요 일정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 국민 300명 조기 귀환 조치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책임을 두고는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경제안보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하고자 외교부 내 별도 센터를 운영 중인 만큼, 최근 계속 불거지는 미국 ESTA 입국거부 문제 등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 역시 “국민의힘은 선택적 기억상실증에 빠져 있다. 미국산 인플레이션감축법(IRA법)에서 한 푼의 보조금도 따내지 못한 채, 아메리칸 파이만 부른 결과가 이번 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이는 있을 수 없는 최악의 외교 참사”라며 “대통령의 직접 메시지도 없었고, 대통령 주재 회의가 있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대통령의 존재 이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에 직접 책임을 물었다.
구금 사태 파장은 산업계로도 번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무장 요원이 우리 국민을 쇠사슬에 묶어 이송하는 장면이 전해지자 국민이 충격과 분노에 빠졌다”며 산자부 등 관계부처의 사전 대응 부실을 지적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전임 정부 시절 체결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원전수출 불공정 합의’ 문제를 문제 삼으며 맞불을 놨고, 이 과정에서 이철규 산자위원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며 고성이 오가는 장면도 연출됐다.
여야는 이날 한국인 구금 사태를 놓고 한목소리로 정부 대응의 미흡함을 질책하면서도, 정작 책임 소재를 놓고는 대통령과 현 정부, 이전 정부 등으로 날을 돌리며 정면 충돌 양상을 보였다. 정가 안팎에선 한미관계와 대외경제안보 상의 신뢰 회복, 실효적 재발방지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국회는 향후 외교 현안과 관련한 추가 질의, 재발방지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