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선 출마로 최고위원 3명 사퇴”…정청래, 비대위 전환 없이 지도체제 유지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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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대표 체제와 지방선거 전략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맞부딪쳤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선택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3명이 일괄 사퇴하면서도,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요건에는 미달해 현 지도부가 유지되는 구도가 굳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12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현희 최고위원, 한준호 최고위원, 김병주 최고위원이 지도부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전했다. 세 사람은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장을 내며 내년 6월 지방선거 행보에 본격 나선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최고위원 임기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그는 회의 발언에서 "지난 1년 3개월은 민주당 최고위원으로서 최전선에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 10만개의 불화살을 쏜 처절한 사투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중앙과 지방이 하나 된 국민주권 정부를 완성하고 민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반드시 승리해서 돌아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원행정처 폐지를 포함한 사법개혁 완수를 다시 한 번 과제로 내세웠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한준호 최고위원도 지도부 사퇴와 함께 향후 역할을 예고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을 넘어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제4기 민주 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고, 당원 뜻이 지도부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치열하게 달려왔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정치검찰조작기소대응특별위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며, "정치 검찰로 인해 피해를 본 동지들을 돕고, 이재명 대통령을 죽이려 했던 이들의 무도함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역시 경기도지사 도전을 준비 중인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른바 12·3 계엄 사태와 관련된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내란 청산은 끝나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사법개혁을 통해 윤석열과 김용현에게 법정 최고형이 내려지고, 내란 가담자 전원에게 엄격한 법의 심판이 이뤄질 때까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정당 국민의힘을 전면 해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이언주 최고위원과 황명선 최고위원은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지도부에 잔류했다. 이로써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이언주와 황명선, 지명직 최고위원 서삼석, 평당원 선출 최고위원 박지원 등 6명이 남게 됐다. 세 최고위원의 사퇴로 지도부 구성은 축소되지만, 정 대표 체제 자체는 유지된다.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 5명 이상이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날 지도부에서 물러난 인원은 최고위원 3명에 그쳐 비대위 전환 기준에는 미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정청래 대표 체제를 유지한 채, 내달께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진행해 공석을 메울 계획이다. 보궐선거 방식과 시기, 후보군을 둘러싼 계파 간 신경전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사퇴한 세 최고위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이들의 향후 선거 행보에 힘을 실었다. 그는 "우리가 한 공간에 있었던 것이 우연일지 모르지만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필연이었음을 입증해주길 바란다"며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지방선거에서의 선전과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구상을 맞물려 언급한 셈이다.

 

당 안팎에서는 최고위원 선거를 계기로 차기 지방선거 공천 구도와 당내 권력 재편 구도가 다시 한 번 부각될 것이란 관측이 따라붙는다. 특히 12·3 계엄 사태를 둘러싼 공방이 내년 선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지도부와 새로 선출될 최고위원 간 메시지 조율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 룰 논의를 병행하면서, 내달 최고위원 보궐선거 방식을 확정해 정청래 지도부 체제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은 사퇴한 최고위원 3명의 지선 출마와 정 대표의 리더십 유지가 내년 총선과 지방선거 전략에 어떤 변곡점을 만들지 주목하고 있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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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전현희#한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