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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 삭제로 민족 자긍심 고취”…국가보훈부, 8월의 독립운동에 ‘일장기 말소사건’ 선정
정치

“일장기 삭제로 민족 자긍심 고취”…국가보훈부, 8월의 독립운동에 ‘일장기 말소사건’ 선정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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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탄압과 언론 통제가 극에 달했던 일제강점기, 한 장의 사진이 민족 정체성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한 손기정 선수의 시상대 사진 속 ‘일장기 말소사건’이 2025년 8월의 독립운동으로 선정됐다. 국가보훈부는 7월 31일, 이 사건이 심각한 검열을 뚫고 민족의 용기를 북돋운 언론 저항의 결정적 사례라며 선정을 공식화했다.

 

당시 3·1운동 이후 일본은 언제든 반일 여론이 확산될 소지를 차단하려는 배경에서 한글 신문 발행은 허용하되, 모든 기사와 사진을 사전 검열했다. 1930년대 중반 중일전쟁 이후 군국주의가 강화되면서 언론 통제는 더욱 엄격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기정의 올림픽 우승은 조선인 사회에 강렬한 민족적 자긍심을 일으켰다. 동아일보와 조선중앙일보는 그의 승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연이어 관련 소식을 전했다.

결정적 장면은 신문 지면을 통해 연출됐다. 조선중앙일보는 시상식 사진에서 손기정과 동메달리스트 남승룡의 유니폼에 있던 일장기를 지워냈다. 이어 동아일보 역시 일장기를 완전히 삭제한 사진을 실었다. 두 신문의 이 같은 행동은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에 맞선 상징적 저항으로 기록됐다.

 

일본 당국의 대응은 즉각적이었다. 검열관에 의해 동아일보는 발매와 배포가 중단됐고, 관련자들은 줄줄이 연행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동아일보는 이후 10개월간 정간 처분을 받았고, 조선중앙일보 역시 자진 휴간 끝에 폐간됐다. 신문인들의 항거는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언론인의 본령과 민족 저항 의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국가보훈부는 “일장기 말소사건을 통한 언론계의 집단적 행동은 식민 통치 체제에 크게 저항한 상징적 독립운동”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이후 민족 언론인의 저항정신, 독립운동사 재평가에 미친 영향이 크다”는 해석을 내놨다.

 

정치권은 이번 선정이 일제 강점기 언론인의 사명과 민족 정체성 회복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향후 일제강점기 언론 저항 사례와 독립운동사 발굴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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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부#손기정#일장기말소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