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선거법 위반이지만 당선 무효는 아냐"…강명구 벌금 80만원 확정, 의원직 유지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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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방식과 공직선거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이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다만 형량이 당선 무효 기준 아래로 결정되면서 정치권에선 법 위반 판단과 의원직 유지가 교차하는 미묘한 파장이 감지되고 있다.

 

대법원 3부는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명구 의원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상고를 기각하며 1심과 2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봤다.

강 의원은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국민의힘 당내 경선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육성 녹음을 전화 자동응답시스템 ARS 방식으로 당원들에게 전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강 의원은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 ARS를 활용한 음성 메시지로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직선거법은 당원과 비당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해 실시하는 당내 경선의 경우 허용된 방식 외의 경선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선거사무소 내 현수막 설치·게시, 홍보물 발송, 합동연설회 개최 등 정해진 수단 외에는 경선운동을 할 수 없다는 취지다. 법원은 강 의원이 사용한 ARS 방식이 이 같은 허용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강 의원 측은 재판 과정에서 당원만을 대상으로 경선운동을 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선거관리위원회에 ARS 방식의 허용 여부를 문의해 가능한 것으로 안내받았고, 정당 사무처 의견도 들었기 때문에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법률의 착오가 있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강 의원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ARS 경선운동도 공직선거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이 선관위에 문의하고 당 사무처 의견을 청취한 사정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경과에 비춰볼 때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사실상 ARS 방식 허용 여부를 보다 명확히 확인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본 셈이다.

 

강 의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법원 역시 유죄 판단과 벌금 80만원 형량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당내 경선 과정에서의 ARS 선거운동이 공직선거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확인하며, 위법성 인식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강 의원은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사건은 벌금 80만원 확정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판결로 강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출직 공직자가 같은 법 위반으로 징역형 또는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에만 당선이 무효가 된다. 강 의원의 형량은 이 기준에 미치지 않아 현재 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다만 유죄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향후 정치적 책임론이나 도덕성 논쟁은 계속될 여지가 남았다.

 

정치권에선 당내 경선에서의 ARS 활용을 둘러싸고 허용 범위와 선거관리위원회의 안내 책임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당원과 비당원을 동시에 포함하는 경선 구조에서 어떤 방식의 선거운동이 합법인지에 대한 해석을 두고 여야 모두 추가적인 제도 정비 필요성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공직선거법상 당내 경선 규정을 둘러싼 혼선을 줄이기 위해 향후 회기에서 세부 기준을 보완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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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국민의힘#공직선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