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청탁 인정할 증거 부족"…해병특검, 김용원 인권위원 무혐의 결론
채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외압·은폐 의혹이 다시 정국의 갈등 축으로 떠오른 가운데, 수사를 맡은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과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차선상에 섰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진정 기각을 둘러싼 특검 수사가 기소 없이 마무리되면서, 향후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25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불기소 결정문에 따르면,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인 김용원 위원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수사외압 폭로자 박정훈 대령 관련 긴급구제 조치 및 진정 기각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이 행사됐는지 집중 점검했지만, 형사처벌로 이어질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특검팀은 결정문에서 "김용원 위원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법률 해석의 차이로 인해 긴급구제와 진정이 기각됐다고 볼 여지가 크고, 이를 권한 남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권위원회 내 다른 위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2023년 8월 14일 박정훈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조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신청했다. 그러나 김용원 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군인권소위는 같은 해 8월 29일 해당 신청을 기각했다. 이어 그달 박 대령의 인권침해를 문제 삼으며 제기된 진정 사건도 2024년 1월 기각 처분했다.
논란의 불씨는 김 위원의 입장 변화에서 시작됐다. 그는 2023년 8월 9일 국방부 검찰단의 채상병 사건 수사자료 회수 조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성명을 내며 진상규명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8월 14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를 한 뒤 박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와 진정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인권위 판단 배경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윗선의 외압·회유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제기됐다.
특검팀은 이 지점을 핵심 수사 대상 중 하나로 삼았다. 인권위 내 김 위원의 사무실을 두 차례 압수수색했고, 지난달 31일에는 김 위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통화 내역, 내부 의사결정 과정, 인권위 관련 문건 등이 폭넓게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검팀은 수사 결과를 종합한 뒤 김 위원에게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부정한 청탁 수수 정황이 구체적 진술이나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지 못했고, 긴급구제 및 진정 기각이 법률적 판단의 범위를 벗어난 자의적 조치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처벌 수준의 위법 여부보다는 인권위의 판단 구조와 내부 절차 문제로 수렴됐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다만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김 위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관련 정황 가운데 특검법상 수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할 계획이다. 특검 권한 밖의 사안은 별도 수사기관에서 보완 수사를 진행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향후 특검 수사기록 내용을 두고 다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박정훈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와 진정 기각 과정에서 인권위가 스스로 인권 보호 역할을 포기했다는 비판과, 무혐의 결정을 통해 형사 책임선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반론이 맞설 수밖에 없는 구도다.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둘러싼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검팀의 김용원 위원 무혐의 결정과 국수본 이첩 방침이 전체 사건 규명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가운데, 정치권은 향후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요구와 책임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