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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소리 아래 그려진 수평선”…거제 남해 바다에서 만나는 고요한 휴식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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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 남해 거제에서 한가로이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예전에는 멀고 낯선 곳이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잠시 멈추고 싶은 일상의 쉼표가 됐다.  

 

최근 거제시는 이른 가을, 따스한 햇살 아래 선선한 공기로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오후의 기온은 22도 남짓, 바다와 언덕을 산책하는 이들에게 딱 좋은 온기다. 남부면의 바람의언덕에 오르면 바다를 딛고 선 초원이 펼쳐지고, 커다란 풍차가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언덕 위를 가르는 바람은 염려를 덜어내듯 무심하게 불고, 자연스레 사람들은 잔디밭 위를 느리게 걸으며 파도 소리를 귀에 담는다. 바다와 하늘의 수평선 위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모습도 익숙하다. 언덕 아래 잔잔한 파도 소리는 여행의 끝자락에 남는 긴 여운처럼 머문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거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거제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이어진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거제 지역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해안산책로와 유람선 코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가족 단위나 1인 여행자의 방문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만큼 자연을 가까이서 누리고 싶어하는 ‘리셋 여행’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지세포항에선 지세포관광유람선을 타는 풍경이 반복된다. 이 유람선은 외도보타니아, 해금강, 기암절벽 사이를 누비며 남해의 장관을 보여준다. 여행자들은 “물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안전과 쾌적함을 갖춘 유람선 덕분에 남녀노소 가벼운 마음으로 배에 오른다.  

 

거제시 현지의 맛도 특별하다. 항구 주변의 활어회 시장과 직판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는 이들은 “거제에서 먹는 회는 더 맑고 선명하다”는 댓글을 남긴다. 곳곳에 해양레포츠센터, 어촌민속전시관 같은 체험 공간도 밀집해 있어, 단순한 여행을 넘어서는 일상의 변화를 준다.  

 

전문가는 이런 현상을 “사람들이 바다처럼 넓고 깊은 쉼을 원하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휴가의 목적이 단순한 이색 체험을 넘어,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을 환기하는 시간으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 여행자는 “잠시라도 거기 앉아 바람을 맞으니 마음이 편해진다”고 고백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거제만의 고요함이 필요하다”, “사진보다 직접 봐야 감동이 크다”며 재방문 의사를 밝히는 목소리가 많다. 남해의 절경은, 도시를 떠난 사람들이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 배경이 된다.  

 

작고 사소한 풍경이지만, 남해 거제의 이런 여행은 우리 삶 속에 다시 살아갈 힘을 만든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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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바람의언덕#지세포관광유람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