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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따라 맛을 걷는다”…자연과 미식 공존하는 일산의 가을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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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특별한 떠남 없이도 깊은 쉼표를 찾는 이들이 많다. 자연을 닮은 산책길과 각기 다른 풍미의 요리가 공존하는 일산은 이제 서울 근교의 일상 탈출지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식도락과 휴식을 모두 원하는 사람들의 계절 산책 코스, 가을빛으로 물드는 일산이 그만큼 다정하게 다가온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은 도심을 둘러싼 녹음과 다채로운 미식 경험을 함께 품고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인기다. 특히 일산호수를 걷다 보면 동양 최대 규모의 인공 호수 공원이 탄생시킨 완만한 평화가 마음을 어루만진다. 7.5km 산책로와 단풍·억새가 어우러진 호숫가, 그 곁에 늘어선 카페와 식당은 계절마다 풍경과 입맛을 달리한다. SNS에는 ‘일산호수 단풍길’ 인증샷이 줄을 잇고, 호수 가운데 달맞이섬이나 월파정, 고사분수 앞에서 잠시 머무르는 사람들의 모습도 흔하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일산)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일산)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고양시 내 주요 문화공원·맛집 방문객 수는 2023년 이후 10% 이상 늘었고, 주말이면 도심 외곽까지 차량이 줄지어 들어온다.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힐링과 ‘맛’을 좇는 현상이다.

 

미식의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한뫼당 일산본점은 신선한 쌀국수 육수, 주문 즉시 조리되는 반세오·똠얌꿍 등으로 현지의 이국적인 맛을 한층 익숙하게 담아냈다. 포폴로피자에서는 2023년 나폴리피자대회 타이틀에 걸맞게 쫄깃하고 신선한 화덕 피자를 맛볼 수 있다. 전민규의황제누룽지탕 일산본점은 국내 최초 한식 해물누룽지탕으로 뜨끈한 한 끼의 의미를 되살려 준다. 각각의 공간이 저마다의 향과 온기로 방문객을 맞는다.

 

트렌드 분석가 이주연씨는 “요즘 여행과 외식의 본질은 ‘머무는 시간의 질’에 있다. 거창한 목적지보다 소소한 일상의 전환, 동네와 자연에서 발견하는 경쾌한 휴식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좋은 재료와 정성, 공간의 여유가 함께하는 곳에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문다”고 덧붙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집에서 멀지 않은데,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진다”, “가족, 연인과 가볍게 ‘호수 산책+맛집 코스’를 즐긴 뒤 저녁의 단풍길을 걷는 재미가 있다는 걸 이제 알았다”는 공감이 이어진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공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휴식을 찾는 흐름이 눈에 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일산의 자연과 미식이 주는 휴식의 온도만큼이나, 오늘의 일상이 특별해지는 순간은 늘 가까이에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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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일산호수#포폴로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