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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불명 아들 응급대응 논란”…제주 복싱대회 부상→선수 안전 쟁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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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불명 아들 응급대응 논란”…제주 복싱대회 부상→선수 안전 쟁점 확산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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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링 위, 응원과 긴장이 교차하던 순간이었다. 중학생 선수 A 군이 연이어 들어오는 펀치를 버티다 결국 링 위에 쓰러졌다. 관중석에 깔린 침묵과 함께 긴급상황이 시작됐다. 제주 서귀포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가 잔혹한 긴장감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A 군은 쓰러진 뒤 곧바로 서귀포의료원으로 이송돼 뇌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소식이 전해진 10일 현재까지도 의식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가족들은 평소 건강했던 아들이 반드시 회복하리라 기대하면서도 깊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A 군 어머니는 사망 확률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의료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무사귀환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중 쓰러진 중학생 선수”…제주 복싱대회 부상 후 엿새째 의식불명 / 연합뉴스
“경기 중 쓰러진 중학생 선수”…제주 복싱대회 부상 후 엿새째 의식불명 / 연합뉴스

부상 이후 A 군의 이송 과정에서 응급 대응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현장에는 119구급차 대신 사설 구급차만 대기했고, 해당 차량이 경로를 약 30분 동안 우회하며 도착이 지연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10㎞도 되지 않는 거리였으나, 구급차가 신호를 지켜 이동하면서 생사가 달린 위급 상황에 안타까운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다.

 

A 군 아버지 역시 이송 과정을 두고 분노와 절망을 참지 못한 채 복싱 링에 올라 자해를 시도하는 등 극단적인 행동으로 심경을 토로했다. 가족은 사설 구급차 업체에 블랙박스 영상을 요청했지만, 아직 관련 자료를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는 8일 공식적으로 사안을 접수받아 즉각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대한복싱협회 관계자는 대회 현장마다 119구급차 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들었으나, 사설 구급차 운영 실태와 대응 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는지는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둘러 학생 선수가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한민국 복싱계에서는 선수 안전 대책과 응급 대응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복싱협회의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분위기가 현장 곳곳에 번지고 있다.

 

땀과 열정이 빚어내는 링 위의 순간 뒤에는, 언제나 선수와 가족의 간절한 소망이 자리 잡는다. 질문 없는 기록, 그리고 묵묵한 응원이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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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선수#제주복싱대회#대한복싱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