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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암살자’ MQ-9 리퍼, 군산 앞바다서 추락…주한미군 정찰전력에 비상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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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감시 체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미국 공군 MQ-9 리퍼 무인기가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추락해 한미 국방 당국이 파장 관리에 나섰다. 상시 배치 후 불과 두 달 만에 발생한 사고라 주한미군의 중고도 정찰전력 운용 안정성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 미 7공군은 24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MQ-9 리퍼가 이날 오전 4시 35분께 전북 군산시 옥도면 말도리섬 인근 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에 연루됐다고 밝혔다. 미 7공군은 "리퍼가 임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에 연루됐다"며 "해당 사고와 관련해 부상자나 공공자산의 손상은 보고되지 않았다. 현재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미 7공군은 공지에서 기체 추락 여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기체는 해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군과 주한미군은 기체 위치 확인과 함께 수색 및 인양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사고 지점 수역을 통제하면서 추가 피해나 정보 유출 가능성 차단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고는 MQ-9 리퍼가 군산 공군기지에 상시 배치된 지 약 두 달 만에 발생했다. 미 7공군은 지난 9월 29일 MQ-9으로 구성된 제431원정정찰대대 창설 사실을 알리며 군산 공군기지 배치를 공식화했다. 당시 미 7공군은 제431원정정찰대대 지휘를 더글러스 J. 슬레이터 중령이 맡는다고 밝히며, 한반도와 역내 감시·정찰 능력 강화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리퍼는 ‘하늘의 암살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중고도 장거리 체공 무인 항공기다. 긴급표적처리와 정보·감시·정찰(IMINT·ISR)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도록 설계돼, 대테러 작전뿐 아니라 전략 표적 감시와 전장 인식 제고에 널리 활용돼 왔다. MQ-9이 훈련 목적으로 한반도 상공을 운용한 사례는 있었지만, 상시 배치와 함께 해당 기종으로만 구성된 부대가 창설된 것은 군산 기지가 처음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MQ-9 리퍼 추락이 단기간 운용체계 적응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문제인지, 기체 결함이나 환경 요인이 작용했는지에 따라 한미 간 정찰전력 운용 전략 조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인명 피해나 민간 시설 피해가 없다고 미 7공군이 선을 그은 만큼, 양국 군 당국은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한편 군 안팎에서는 MQ-9 리퍼 상시 배치가 북한의 미사일·핵 활동과 한반도 주변 정세를 고려한 미국 측 전략적 선택이었던 만큼, 이번 사고가 한미 연합감시 태세에 미칠 실질적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운용 절차 보완과 장비 점검 주기 조정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며, 한미 군 당국은 향후 한반도 상공 무인전력 운용 계획 논의 과정에서도 이번 사고를 주요 변수로 다룰 전망이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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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q-9리퍼#미7공군#군산공군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