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가격은 움직이지 않는데”…리플 XRP ETF 1조원 유입, 기관 장기매수 본격화 전망

허준호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13일, 미국(USA) 증시에서 리플 XRP(엑스알피)를 기초자산으로 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또다시 자금이 유입되며 누적 유입액이 약 9억7450만달러, 한화 1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가격이 뚜렷한 방향성 없이 횡보하는 가운데 기관 투자자의 장기 포지션 구축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 시세보다 구조적 수급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구간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며, XRP 시장의 주도권이 개인에서 기관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코인 전문 매체 코인오태그는 2025년 12월 13일 “미국 상장 리플 XRP 현물 ETF로 19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장 최근 거래일 기준 약 2017만달러가 추가로 유입됐고, 지난 19거래일 동안 누적 순유입 규모는 약 9억7450만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리플 XRP 현물 가격은 2달러 안팎에서 큰 변동 없이 움직이며, 대규모 자금 유입과 가격 정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례적인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리플 XRP ETF 자금 유입 1조원 눈앞…가격 정체 속 기관은 ‘조용한 축적’ (제공:AI제작)
리플 XRP ETF 자금 유입 1조원 눈앞…가격 정체 속 기관은 ‘조용한 축적’ (제공:AI제작)

리플 XRP ETF는 승인 직후 폭발적인 거래량이 쏟아졌던 일부 비트코인·이더리움 상품과 달리, 꾸준하고 점진적인 자금 유입 패턴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이 아닌, 자산 배분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장기 성격의 자금으로 해석한다. 과거 현물 시장에서는 가격 급등 시 매도 물량이 빠르게 쏟아져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이 강했다. ETF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이 현물 시장의 이러한 구조를 서서히 바꾸며, 수급의 완충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뒷받침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자금은 프랭클린(Franklin)과 비트와이즈(Bitwise) 등 주요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XRP ETF 상품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유동성과 운용 역량이 검증된 대형 운용사 상품으로 기관 자금이 쏠리는 전형적 패턴으로, 가상자산 투자에서도 전통 금융권 중심의 ‘간접 투자’ 채널이 확실히 자리잡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코인오태그는 “이 같은 자금 유입은 단기간 가격 급등보다는 향후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하방을 지지하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며 “당장의 시세 반응은 미미해도 시장 구조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다만 제시된 수치를 둘러싼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도는 19거래일 연속 순유입 규모와 일별 유입액을 제시했지만, 같은 기간 ETF 환매 규모나 현물 시장에서 출회된 매도 압력과의 비교 데이터는 포함하지 않았다. 자금 유입이 실제로 순수요 증가로 이어졌는지, 혹은 기존 보유 물량의 이동에 가까운지 판단하기에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데이터 정합성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USA)과 유럽(EU)의 규제 환경 변화, 글로벌 유동성 여건,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다른 주요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XRP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ETF 자금 유입이 실질적인 가격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우선 ETF로의 순유입이 지속되면서 동시에 현물 시장에서의 매도 압력이 완화돼야 하고, 글로벌 거시 환경에서 위험자산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회복돼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 측면에서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비롯한 주요 당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줄어들 경우, 기관의 추가 자금 집행 여지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된다.

 

반대로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거나, 가상자산 규제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현재 ETF를 통해 축적된 물량은 장기 보유 자산으로 묶이며 가격 반응이 제한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경우 XRP ETF는 단기 상승 촉매보다는 변동성 방어 장치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패턴은 기관이 향후 수년을 내다보고 비가격 민감적인 방식으로 물량을 축적하는 전형적인 구간”이라며 “실제 방향성은 글로벌 유동성 변화와 규제 환경이 결정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국제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리플 XRP ETF를 둘러싼 이번 동향을 두고 “개인 투자자가 주도하던 알트코인 시장에 기관이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는 초기 단계”라는 평가와 “가격이 반응하지 않는 한, 과도한 의미 부여는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공존한다. 다만 ETF라는 제도권 금융의 그릇을 통해 자금이 축적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향후 XRP를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의 힘의 균형이 어떻게 재편될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리플 XRP ETF로 향하는 자금 흐름이 향후 가상자산 가격과 규제 논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리플xrp#현물etf#프랭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