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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 당직제도 첫 전면 개편”…AI·재택·통합당직 도입으로 예산 절감 추진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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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 업무를 둘러싼 공직사회 피로감과 행정 효율성 논쟁 속에서 정부가 70여 년간 유지돼 온 국가공무원 당직제도에 손을 댔다. 인사혁신처가 재택·통합당직과 인공지능 민원 시스템을 도입하는 복무규칙 개정을 추진하면서 예산 절감과 근무환경 개선을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24일 재택·통합당직 확대와 인공지능 당직 민원 시스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1949년 도입된 이후 국가공무원 당직제도가 전면적으로 개편되는 것은 처음이다. 대상은 매년 1171개 기관에 속한 약 57만 명의 국가공무원 전체다.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재택당직을 시행하려면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와의 사전 협의가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각 기관이 자체 판단에 따라 재택당직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외교부, 법무부 등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는 기관은 기존 일반당직실에서 수행하던 임무를 상황실에서 통합 수행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복수 기관이 같은 청사에 있거나 인접한 경우에는 통합당직 운영이 가능해진다. 인사혁신처는 예시로 대전청사를 들었다. 지금까지는 8개 기관이 각 1명씩 총 8명의 당직자를 운용했지만, 개편 이후에는 3명의 당직자가 8개 기관을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인력 운용이 바뀔 수 있다. 인사혁신처는 기관별 업무 특성이 다른 만큼 비상 연락체계 유지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사혁신처는 기관 간 업무 차이로 인한 공백 우려와 관련해 "기관 간에는 비상 연락체계 유지를 통해 긴급한 상황 발생 시 신속히 전파하는 등 차질 없이 업무가 처리될 수 있도록 철저히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비상 상황 임무는 유지하되, 야간·휴일 상시 대기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야간·휴일 민원 대응 방식도 바뀐다. 전화 민원이 많은 기관은 인공지능 기반 당직 민원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일반 민원을 국민신문고로 연계하고, 화재·범죄 관련 신고는 119와 112로 자동 전환한다. 중요하고 긴급한 사안은 당직자에게 직접 연결되는 핫라인을 별도로 운용해 연락 지연 가능성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당직자의 순찰·점검 역할도 조정된다. 지금까지 당직자가 맡아온 방범, 방호, 방화, 보안 상태 순찰·점검 임무를 상시 실시에서 필요시 실시로 축소하는 대신 청사관리본부와 보안업체가 이를 전문적으로 담당한다. 대신 최종 퇴청자 점검을 강화해 야간 청사 안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부세종청사의 당직총사령실과 정부서울청사, 정부과천청사, 정부대전청사에 설치된 당직사령실은 종전대로 유지된다. 인사혁신처는 이들 사령실이 중앙정부 차원의 비상 상황 대응과 전체 당직 운영을 총괄 관리하는 기능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인사혁신처는 제도 개편 효과에 대해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들이 필요한 임무 수행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당직비가 감축돼 연간 약 169∼178억 원 수준 예산이 절감될 것"이라며 "연간 약 356만 근무시간이 확보돼 국민에게 추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확보된 근무시간을 민원 처리, 정책 기획, 현장 점검 등 핵심 업무에 재배치하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비효율적 당직 제도는 공무원들의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가중하고 공직 활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공무원들이 업무에 더욱 집중하고, 국민에게 보다 질 높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사회에 누적돼 온 야간·휴일 당직 불만을 제도 개선으로 흡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지방자치단체 당직 운영은 각 지자체 자율에 무게를 두는 방향이다. 인사혁신처는 행정안전부가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당직 유형을 제시하고 각 지자체가 여건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개정안은 약 3개월간 시범 운영을 거친 뒤 내년 4월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시범 운영 과정에서 기관별 운영 성과와 현장 의견을 반영해 보완한 뒤 본격 시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제도 개편의 효과와 보완 필요성을 놓고 추가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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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국가공무원당직제도#최동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