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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향 충방전 V2G 전면 가동”…전기차, 분산에너지 자원→전력시장 재편 기점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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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를 전력계통과 직접 연결해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하는 양방향 충방전 기술 V2G 상용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공동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월 5일 서울 중구 호텔PJ에서 양방향 충방전 상용화 협의체를 공식 가동한다고 밝히며, 전기차를 전력망과 연동된 분산에너지 자원으로 편입하기 위한 제도와 기술의 본격적인 설계를 예고했다. 협의체에는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등 주요 전력기관, 완성차와 충전 인프라, 통신기업, 학계·전문기관 관계자가 참여해 정책과 시장, 기술을 아우르는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V2G는 전기차와 전력망이 전력을 상호 교환할 수 있는 기술 개념으로, 충전기에 연결된 전기차 배터리 잔여 전력을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계통으로 재공급해 활용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에는 전기차가 저렴한 요금으로 충전하고, 수요가 급증하거나 재생에너지 출력이 부족한 시간에는 차량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이 계통에 다시 흘러들어가 피크 수요를 억제하는 고정형 ESS와 유사한 역할을 맡게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러한 구조가 전기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바퀴 달린 에너지저장장치로 전환시키며, 전력시장 내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경제적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방향 충방전 V2G 전면 가동…전기차, 분산에너지 자원
양방향 충방전 V2G 전면 가동…전기차, 분산에너지 자원

이번 협의체는 운영위원회와 실무 분과 체계를 갖추고 V2G 상용화 전략과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한다. 논의 범위에는 전기차와 충전기, 전력계통 간 통신 규격 표준화, 양방향 충방전 기술 인증 기준, 계통 안정 기여도에 따른 보상체계, 전기요금·시장제도 설계 등이 포괄될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가 전력시장 내에서 수요관리 자원과 유연성 자원으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실시간 데이터 연동과 정밀 제어가 필수적인 만큼, 통신기업과 플랫폼 사업자의 참여가 중요한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전력계통의 신뢰도를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 위한 제한조건 설계 역시 핵심 조정 과제로 거론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도 설계와 병행해 물리적 인프라 측면에서도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처는 2024년부터 전기차와 실시간 통신이 가능한 모뎀을 내장한 스마트 제어 완속 충전기를 보급해 왔으며, 이를 통해 추후 V2G가 상용화되더라도 대규모 충전기 교체나 추가 설치 부담 없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중심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속 충전기는 야간 장기 주차 환경에서 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야간 저부하 시간대에 충전하고 주간 피크 시간대에 방전하는 V2G 운영 모델과도 높은 적합성을 보인다.

 

전력계통 측면에서 V2G는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변동성 문제를 완충하는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이 높아질수록 시간대별 발전량 편차가 커져 계통 불안 요인이 증가하는데, 전국적으로 분산된 전기차 배터리를 묶어 활용하면 수 분 단위의 출력 조정이 가능해진다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전력거래소와 한전 입장에서는 별도의 대규모 발전 설비 투자 없이도 피크 수요 관리와 예비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유연성 자원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V2G 실증 사업이 확산되고 있으며, 국제 표준화 기구와 자동차 업계는 충방전 인터페이스 규격과 사이버 보안 가이드라인을 단계적으로 정비하는 추세다.

 

한편 소비자 관점에서는 전기차가 제공하는 이동 편의성 외에 전기요금 절감과 비상 전력 확보라는 부가 가치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수요가 존재한다. 주거용과 상업용 건물에서 V2G를 통해 피크 요금을 회피하고, 정전 시에는 차량 배터리를 가정용 비상 전원으로 활용하는 서비스 모델이 대표적이다. 다만 잦은 충방전이 배터리 수명에 미치는 영향, 보상 수준과 과금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 차량 제조사 보증 조건과의 정합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도 전문가들에 의해 지적돼 왔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은 V2G가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계통 안정,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평가하며, 전기차를 분산에너지 자원으로 정착시켜 비상 전력 확보와 전기요금 절감 혜택을 국민에게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의체 출범이 전기차 보급 정책을 차량 수량 확대 중심에서 에너지 시스템 통합 전략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정책 방향과 기술 표준, 시장 인센티브 설계가 조화롭게 정립될 경우, 국내 전기차 산업과 전력산업 전반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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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v2g#전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