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공항 이전은 국가사업”…무안 1조원 지원 담긴 6자 합의문 발표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갈등과 재정 부담 논란이 다시 맞붙었다. 10년 넘게 멈춰 서 있던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 문제가 정부 주도 합의문 채택으로 전환점을 맞았지만, 막대한 사업비와 주민 수용성 등 난제가 정치권의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시와 전라남도, 무안군, 기획재정부, 국방부, 국토교통부로 구성된 6자 협의체는 17일 첫 회의를 열고 광주 군공항의 무안 이전을 전제로 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이전 사업을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국가 주도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점이 명시됐고, 무안군에 대한 대규모 재정·산업 지원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합의문에서 광주 군공항 이전 합의 공동발표문을 국가 균형 발전의 중요한 과제로 규정했다. 또 "완전한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한다"고 밝혀 사업의 주체가 정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위주로 진척이 더뎠던 논의가 중앙정부 책임 아래로 옮겨간 셈이다.
무안군에는 광주시 재원과 정부 정책 지원을 합쳐 1조원 규모의 지원이 추진된다. 협의체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국가농업 AX 인공지능 전환 플랫폼 구축, 에너지 신산업, 항공 정비·수리·분해 MRO 센터 등 첨단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연계 기업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무안국제공항을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도 합의문에 담았다.
그동안 무안군은 군공항 이전에 강하게 반대하며 정부와 광주시의 구체적인 지원 약속을 요구해왔다. 무안국제공항을 실질적인 서남권 관문공항으로 키워달라는 요구도 반복해왔다. 이번 합의문에 재정 지원과 산업 육성, 공항 위상 제고 방향이 함께 적시되면서 무안군의 수용성을 어느 정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협의체 안팎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합의문에 정부 지원의 방향만 언급됐을 뿐 세부 재원 조달 방식과 일정, 법적 근거는 빠져 있어 사업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특히 광주시가 무안에 지원하기로 한 1조원의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은 여전히 협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광주시는 그동안 정부 3천억원, 광주시 1천500억원, 기부 대 양여 충당금 5천500억원 등으로 1조원을 마련하는 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관계 부처와 지자체는 1조원 지원의 세부 구조와 집행 방식은 앞으로 6자 협의체를 통해 확정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기존 기부 대 양여 방식의 구조적 한계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부 대 양여는 광주시가 새 군공항을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고, 국방부가 기존 광주 군공항 부지와 시설을 광주시에 넘기는 방식이다. 국방부는 현재 이 방식을 전제로 총사업비 재산정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군공항 이전사업 총사업비는 5조7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새 군공항 건설비가 4조791억원, 이전지역 지원사업비 최소 4천500억원, 종전부지 개발비 8천356억원, 금융비용 3천825억원 등이다. 그러나 땅값 상승과 공사비 증가 등 변수를 반영하면 총사업비는 7조원을 넘어서 10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된다.
광주시의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지방 재원만으로는 대규모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부 대 양여 구조를 보완하고, 금융비용과 일부 건설비를 국가 예산으로 떠안는 방향의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는 상황이다.
광주 군공항 이전 이후 종전 부지 개발 계획도 난제다. 광주시는 해당 부지에 인공지능과 빅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광주형 실리콘밸리 조성을 구상해왔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토지 보상, 기반시설 조성비 등을 둘러싼 부담이 확대되며 실제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정책 당국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지자체는 결국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 개정을 통해 중앙정부 지원 근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현재 특별법에는 금융비용 등 핵심 부담에 대한 정부 책임이 충분히 규정돼 있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협의체는 개정 특별법에 구체적인 재정 지원, 금융 지원, 종전부지 개발 지원 방안을 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주민 수용성은 향후 일정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무안군은 합의를 바탕으로 군공항 이전 관련 주민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설명회 과정에서 이전 반대 여론이 커질 경우 합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군 소음, 안전 우려, 환경 영향 등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광주 안에서도 민간공항 선 이전에 대한 우려가 누적되고 있다. 군공항 이전보다 민간공항 이전이 먼저 진행될 경우 시민 불편과 지역 경제 위축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시민 여론 향배에 따라 정치권의 입장도 변동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뒤따르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부의 현금 등 지원 방안은 충분히 논의됐는데, 이번 합의 발표문에는 구체적으로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 지원 등 부족한 내용은 특별법을 개정 보완해 해결해나가겠다"고 말해 향후 국회 논의를 통한 제도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6자 협의체 합의로 광주 군공항 이전 논의는 국가 주도 사업이라는 큰 틀을 확보했다. 그러나 재원 분담 구조와 기부 대 양여 개선, 종전부지 개발, 주민 수용성 등 핵심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따라 사업 속도와 정치적 파장은 달라질 전망이다. 국회는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부 지원 범위와 책임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와 지자체는 추가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재정 계획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