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북극이 둘째 산유국 될 수도”…미·유럽, 중국 희토류 지배력 견제에 북극권 베팅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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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0일, 북극권 자원 개발을 둘러싼 주요국의 경쟁이 자원 안보와 공급망 재편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USA)과 유럽연합(EU) 등은 희토류와 게르마늄, 갈륨 등 전략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China)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그린란드와 스웨덴, 캐나다 등 북극권을 새로운 공급처로 주목하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기후변화로 북극 접근성이 높아진 가운데, 자원 확보와 지정학·환경 리스크가 교차하는 새로운 경쟁 구도로 이어지고 있다.

 

CNBC는 20일(현지시각) 각국이 중국의 희토류·핵심 광물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북극권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전기차와 반도체, 군사 분야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핵심 금속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상황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공급망 다변화와 자원 안보 강화를 위해 북극권 자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린란드는 풍부한 자원 매장량과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 감소로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극권 희토류·핵심 광물 확보 경쟁 가속…중국 공급망 의존도 낮추기 나서
북극권 희토류·핵심 광물 확보 경쟁 가속…중국 공급망 의존도 낮추기 나서

노르웨이(Norway) 북극대학교의 마크 란테인 부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를 “기본 금속, 귀금속, 보석, 희토류, 우라늄 등 다양한 자원이 매장된 보고”라고 규정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을 언급하며 “그린란드가 중국을 대신할 전략 물자 공급원으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극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항로 개척과 해상 운송이 용이해진 점도 자원 개발의 경제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국의 정치적 움직임도 자원 안보 전략과 맞물려 회자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그린란드가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며, 덴마크(Denmark)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발언은 비현실적 제안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 북극권 자원 가치가 부각되면서 자원 안보 차원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CNBC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 가능성을 거론하며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다시 언급한 뒤, 관련 투자 관심이 늘었다는 업계 반응을 전했다.

 

중국과 무역 갈등을 겪어온 캐나다(Canada) 역시 북극권 전략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이후 양국 관계가 냉각된 가운데, 캐나다 정부는 북극권 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자국 북방 자원 개발과 안보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북극해 연안국인 캐나다가 북방 항로와 자원 개발을 국가 전략의 축으로 격상하는 흐름은, 북극을 둘러싼 미·중 경쟁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Russia)는 이미 북극권 장기 전략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러시아 정부는 오래전부터 북극권 자원 개발을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에너지와 광물 확보, 북극 항로 개척에 집중해 왔다. 북극항로를 활용한 물류망 구축,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와 광물 개발에 공공·민간 투자를 병행하면서 북극을 자국 경제 성장과 안보 전략의 핵심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서방과의 제재 갈등 속에서 새로운 수출 경로와 파트너를 찾으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그린란드 현지에서는 자원 개발 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린란드에서 희토류 광산을 개발 중인 광산업체 크리티컬 메탈스의 토니 세이지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최근 북극권 자원 관련 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발언이 재부각된 최근 몇 달 사이, 그린란드 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찾는 투자자 관심이 눈에 띄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광산업체 아마로크(Amaroq)는 북극권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의 상징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아마로크의 엘두르 올라프손 CEO는 이 회사가 최근 그린란드 남부에서 희토류를 발견한 데 이어, 그린란드 서부에서 상업적 규모의 게르마늄과 갈륨 매장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게르마늄과 갈륨 발견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뉴스”라며 “희토류는 이미 미국의 MP머티리얼스 등 업체에서 가공하고 있지만, 게르마늄과 갈륨은 지금 미국과 유럽연합이 특히 필요로 하는 광물”이라고 강조했다.

 

게르마늄과 갈륨은 전기차와 반도체, 통신, 군사 장비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금속으로, 현재 글로벌 공급은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전략 금속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자원 무기화 논란을 촉발했고, 이는 미국과 EU가 북극권과 다른 지역에서 대체 공급원을 서둘러 찾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서방 국가들 입장에서는 핵심 광물 공급망을 중국에 맡겨둔 구조가 경제 안보와 군사 안보를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상태다.

 

유럽에서는 스웨덴(Sweden) 국영 광산회사 LKAB가 북극권 희토류 개발의 선봉에 서 있다. LKAB는 2023년 스웨덴 북부 키루나 지역에서 유럽 최대 규모로 알려진 희토류 원소 광맥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스웨덴 정부와 LKAB는 해당 매장지 개발을 본격 추진 중이며, 유럽 내 희토류 자급 기반을 구축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CNBC는 LKAB 사례를 언급하며 “유럽이 에너지에 이어 핵심 광물에서도 러시아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스웨덴 등 유럽 국가, 그리고 그린란드 현지 기업들이 잇달아 북극권 희토류와 핵심 광물 개발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자본과 공급망 전략의 무게 중심이 북극권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의 지배력이 강한 기존 공급망을 보완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들이 북극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자원 확보 경쟁과 지정학적 영향력 다툼이 겹치는 이중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다만 북극권 자원 개발이 단기간에 상업적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도 주요 변수로 지적된다. CNBC는 북극권이 여전히 혹독한 기후와 열악한 사회 인프라, 높은 물류 비용 등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며, 관련 기업들이 상업 생산과 실질적 수익 창출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극지 환경에서의 개발·운송 비용, 환경 규제 강화 가능성, 원주민 공동체와의 갈등 소지 등도 투자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중국에 집중된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북극권 개발 관련 기업과 프로젝트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기후 리스크와 투자 회수 기간, 환경 파괴 우려를 둘러싼 논쟁도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극권 개발이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안보 전략의 중장기 변곡점이 될 수 있지만,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극권이 새로운 전략 자원 공급 기지로 자리 잡을지,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글로벌 자원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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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그린란드#희토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