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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AX 리더 키운다"…코오롱베니트, AI전환 내재화 가속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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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전환 AX 전략이 IT 조직을 넘어 전사 차원의 역량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코오롱베니트가 장기 AX 인재 양성 과정을 마무리하며, AI와 데이터 활용 능력을 현업 실무자에게까지 확산시키는 내재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일 솔루션 도입보다 인력과 문화 중심의 AI 전환 모델이라는 점에서, 대기업 DX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오롱베니트는 최근 사내 AX 인재 양성 장기 과정을 수료시키고, 교육 성과를 각 조직의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기존처럼 IT 전담 부서나 일부 데이터 전문가가 AI 도입을 주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업 부서 실무자가 직접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 혁신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구조를 AX 전략의 핵심으로 설정했다.

AX 인재 양성 과정은 2024년 사내 핵심인재 제도와 연계해 전체 임직원 가운데 약 5퍼센트 규모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2024년 3월부터 약 22개월간 단계적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은 AI와 데이터 분석에 대한 기초 이론 교육부터, 실제 현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무형 과제 수행까지 포함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단순 강의 중심이 아닌 과제 기반 학습을 통해, 교육과 현업을 분리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수료 인력의 역량 수준도 수치로 확인됐다. 교육을 끝까지 마친 임직원 중 AI와 데이터 분석 과제를 독자적으로 기획·추진할 수 있는 마스터 레벨 인재가 약 40퍼센트, 전문가의 멘토링을 전제로 자체 분석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엑스퍼트 레벨 인재가 약 60퍼센트로 육성됐다. 더불어 수료자의 약 90퍼센트가 국가공인 데이터 분석 준전문가 ADsP 자격을 취득해, 실무 중심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았다.

 

특히 이번 과정은 AI 기술 이해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업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활용해 예측 모델 수립과 업무 의사결정 지원 체계를 직접 설계해 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물류·재무·영업 등 각 부문별로 데이터 기반 성과 지표를 설정하고, 단순 현황 분석을 넘어 미래 수요 예측, 리스크 조기 감지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활용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코오롱베니트는 교육을 마친 AX 리더들이 각 본부와 조직으로 복귀한 뒤, 기존 수작업 위주 의사결정을 AI 기반 분석 체계로 전환하는 역할을 맡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발굴부터 파일럿 실행, 사내 확산까지 전 과정을 현업 주도로 설계하고, IT 조직은 데이터 인프라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파트너로 기능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이 같은 접근법은 글로벌 IT 기업과 제조 대기업이 추진하는 AI 전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소수에게 의존하는 방식보다, 각 부서 실무자가 데이터 분석 도구와 생성형 AI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셀프 서비스 분석 구조를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베니트 역시 내부 AX 리더를 매개로 유사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코오롱베니트는 그룹 IT 시스템의 허브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이번 AX 인재 양성 결과를 그룹 전체로 확산하는 역할도 강화한다. 계열사별 산업 특성과 업무 프로세스에 맞는 AI 적용 과제를 함께 발굴하고, 예측 정비, 스마트 제조, 재고 최적화, 고객 데이터 분석 등으로 활용 영역을 넓히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그룹 차원의 데이터 거버넌드를 정비하고, 공통 플랫폼을 활용해 중복 개발과 투자 비용을 줄이겠다는 구상도 담겨 있다.

 

향후 과제는 교육에서 확보한 역량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실행 체계 구축에 맞춰질 전망이다. AI 기반 업무 방식이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평가·보상·조직문화와 연동돼 지속 운용되려면, 데이터 공유 규칙과 품질 관리, 각 부서의 책임 범위 등을 명확히 하는 사내 규범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도입 효과가 뚜렷한 업무부터 단계적으로 확산하는 우선순위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강이구 코오롱베니트 대표이사는 AX의 성패가 기술보다 사람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AX는 기술 도입 자체보다 이를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인재가 조직 안에 얼마나 존재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코오롱베니트는 단기 유행이 아닌 장기 관점에서 내부 AX 리더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이를 통해 그룹 전반의 업무 효율과 경쟁력을 높이는 AI 실행 모델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인재 내재화 전략이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코오롱그룹의 AX 프로젝트 진척을 주시하고 있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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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베니트#ax인재양성#인공지능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