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조직 활용 안구함몰 치료제 분당차병원 국책과제 선정
자가 지방에서 추출한 세포를 활용해 안구함몰증후군을 교정하는 국산 재생의료 기술이 국가 지원을 받는 임상연구 단계로 진입했다. 수술 부담과 회복 기간, 이물 반응 위험이 큰 기존 안와 수술을 대신해 외래 주사만으로 안와 용적을 보다 오래 유지하려는 시도로, 난치 안과 영역에서 줄기세포 기반 조직재생 기술의 상용화 분기점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첨단재생의료로 승인된 만큼, 향후 안과를 넘어 광범위한 연부조직 손상 치료로 확장될 여지도 주목된다.
차 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은 안과 유혜린 교수 연구팀이 안구함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자가 지방조직 유래 기질혈관분획을 포함한 히알루론산 주사의 효능 연구가 보건복지부 첨단재생의료 연구로 승인돼 국책과제로 선정됐다고 17일 밝혔다. 분당차병원은 올해 10월부터 안구함몰 환자를 대상으로 이 주사를 이용한 임상연구를 본격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이 사용하는 기질혈관분획 히알루론산 주사는 자가 지방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일종의 재생 필러 치료다. 기질혈관분획은 지방조직에서 지방세포를 제거한 뒤 남는 세포군으로, 기질세포, 혈관 관련 세포, 면역세포가 함께 포함돼 있으며 지방줄기세포가 풍부하다. 이 세포군은 조직 재생 능력과 다양한 세포로 분화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환자 본인의 조직에서 획득해 면역 거부 반응이 적다는 점이 핵심 차별점이다.
유혜린 교수팀은 선행 연구에서 기질혈관분획을 포함한 히알루론산 주사가 히알루론산 단독 주사에 비해 안와 용적 증가 효과가 더 오래 유지되는 경향을 확인했다. 일반 히알루론산 필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교적 빠르게 흡수되는 한계를 보인 반면, 세포가 포함된 복합 주사는 조직 내에서 재생과 볼륨 유지에 기여하며 지속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업계에서는 세포 기반 필러가 단순 볼륨 보충을 넘어 구조적 회복을 유도하는 차세대 안과 재생치료 기술로 진화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안구함몰증후군은 안구가 정상 위치보다 뒤로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안와 또는 두개저 수술 후 구조 변화, 안구 위축, 안와 연부조직 감소, 충전물 부족, 노화 등 복합 요인으로 발생하며, 안와골절 이후 안와 용적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이차적 안구함몰도 적지 않다. 안구가 뒤로 이동하면 아래눈꺼풀이 처지고 위눈꺼풀 상부 고랑이 깊어지는 외형 변화와 함께, 안구 움직임 제한, 의안 착용 시 눈 덜감김에 따른 결막염 등 염증이 동반되기 쉽다. 상태가 심해지면 안와 연부조직 부족이 안구위축을 가속화해 기능적 장애뿐 아니라 심리적 부담까지 유발한다.
지금까지 안구함몰 교정을 위한 표준 치료는 안와내 충전물 삽입술, 안와충전물 교체술, 골막하 이식편 삽입술, 진피·지방 이식술 등 수술적 접근이 주를 이뤄 왔다. 그러나 이들 수술은 전신마취와 입원이 필요하고, 수술 범위가 넓어 회복 기간이 길며, 인공 충전물 사용 시 이물질 거부 반응 가능성도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수술을 회피하기 위해 히알루론산 필러 주사가 대안으로 쓰였지만, 안구와 안와 주변은 정교한 해부학적 구조를 가진 부위인 데다, 필러의 볼륨 유지 기간이 짧아 반복 시술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유혜린 교수는 두개안면수술 분야 국제학술지인 두개안면외과학회지를 통해 안구함몰 환자에서 히알루론산 젤을 이용한 안와주위 주입 치료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안구함몰 영역 히알루론산 필러 주사 기법을 체계적으로 정립해온 연구자다. 반복된 임상 경험과 술기 개발을 바탕으로 안와 주변 해부 구조에 적합한 주입 위치, 용량, 층별 주사 전략을 마련해온 것으로 알려져 안와 필러 치료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국책과제로 선정된 기질혈관분획 히알루론산 주사 연구는 이러한 필러 기술 위에 줄기세포 기반 재생 개념을 결합한 형태다. 안과 재생의료 분야에서는 각막, 망막, 시신경 등 조직 손상을 줄기세포로 복구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지만, 안와 연부조직 부족으로 인한 구조 변형을 세포 기반 필러로 접근하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특히 환자 본인의 지방에서 추출한 세포를 활용하는 만큼, 이론적으로 면역 거부 반응이 미미하고 장기 유지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첨단재생의료 기술과 미용·기능 재건 수요가 맞물린 융합 영역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방유래 줄기세포와 히알루론산, 콜라겐 등을 결합한 재생 필러 기술 경쟁이 성형, 정형외과, 피부과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다만 안와처럼 해부학적 위험도가 높은 부위에 세포 기반 주사를 적용하는 것은 규제와 안전성 검증 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이번 연구가 보건복지부 첨단재생의료 관리체계 안에서 진행되는 만큼, 표준화된 프로토콜과 안전성 데이터가 확보될 경우 국제 학계와 산업계에서 주목받을 가능성도 언급된다.
첨단재생의료는 인체 세포나 조직, 줄기세포 등을 이용해 손상된 조직과 장기를 재생하거나 기능을 회복시키는 의료기술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별도 법과 심의 체계를 통해 연구와 임상 적용을 관리하고 있어, 해당 트랙에 편입된 과제는 안전성과 과학적 근거를 단계적으로 축적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안과 분야에서는 아직 첨단재생의료 사례가 많지 않아, 안구함몰을 타깃으로 한 이번 연구 결과가 추후 제도 정비와 보험 적용 논의에도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유혜린 교수는 기질혈관분획 히알루론산 주사는 외래에서 비교적 간단히 시술 가능하면서도 볼륨 확대와 지속 기간에서 장점이 있어 수술 부담이 큰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가 지방에서 얻은 기질혈관분획은 면역 거부 반응이 거의 없고 지방 분화 능력을 지녀, 안구함몰 외에도 다양한 연부조직 손상 개선에 활용 가능한 치료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분당차병원은 2013년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이후 줄기세포 치료 기술을 활용한 난치성 신경계 질환, 안질환, 근골격계 질환 연구와 함께 암, 난임, 노화 극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난치·중증 치료 분야 대표 기관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병원 측은 이번 국책과제를 계기로 안과 재생의료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향후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안과와 성형, 재활 등 다학제 융합 치료 모델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질혈관분획 기반 필러 연구가 향후 안구함몰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장기 안전성, 재시술 시 효과, 비용 구조, 규제 당국의 허가 기준 등 상용화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실제 임상 현장에서 표준 치료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첨단재생의료로 분류된 이번 기술이 검증과 제도 논의를 거쳐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