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달리고, 서킷까지 접수…잇섭, 레이싱 우승이 던진 의미
IT 유튜버가 디지털 콘텐츠를 넘어 실제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성과를 내며 IT와 모빌리티, 스포츠 마케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278만 구독자를 보유한 IT 채널 잇섭의 운영자 황용섭이 2025시즌 현대 N 페스티벌 카레이싱 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IT 제품 리뷰와 전기차,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콘텐츠로 영향력을 키워온 크리에이터가 실제 서킷 성적까지 확보하면서, 디지털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윤활유 브랜드의 협업 전략도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영향력이 실제 주행 데이터와 성적으로 이어진 사례라며, 향후 IT 기반 모터스포츠 콘텐츠 생태계 확대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SK ZIC 유나이티드는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속 드라이버 황용섭이 지난 9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5 현대 N 페스티벌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하며 챌린지 클래스 종합 챔피언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황용섭은 예선에서 가장 빠른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해 폴 포지션을 확보했고, 결승에서도 선두를 지키며 가장 먼저 체커기를 통과했다. 예선과 결승 모두 1위에 오르는 폴 투 윈을 달성하며 시즌 포인트까지 가져간 것이다.

경기 흐름은 초반부터 황용섭 주도로 전개됐다. 폴 포지션에서 출발한 그는 스타트 순간 미끄러짐과 추월 시도를 최소화하는 안정적인 라인 선택으로 간격을 벌렸고, 이후 랩 타임 편차를 줄이는 운영을 통해 타이어 마모와 브레이크 온도를 관리하는 전략을 택했다. 중반 이후 신사용, 양영하 등 경쟁자들이 추격에 나섰지만, 라인 방어와 가속 타이밍 조절로 격차를 유지하며 결국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막판에는 이색적인 장면도 나왔다. 황용섭이 경기 종료 신호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결승선 통과 후 트랙을 한 바퀴 더 도는 더블 체커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는 항상 선두 이외의 위치에서 들어가던 경험 탓에 본인이 가장 먼저 들어온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대회 규정에 따라 5만원의 제재금이 부과됐지만, 첫 종합 우승의 긴장감과 낯선 선두 체커 경험이 빚어낸 에피소드로 받아들여졌다.
황용섭은 경기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레이싱에 대한 각오와 계획을 밝혔다. 그는 레이싱 도전을 시작할 때부터 장난이나 가벼운 취미가 아닌, 실력과 성적으로 증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즌 결과를 바탕으로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높은 클래스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마스터즈 클래스, 이후에는 상위권 레이싱 카테고리인 N1 클래스까지 진출해 팬들에게 더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IT 디바이스와 자동차, 전기차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해온 잇섭 채널 특성상 이번 우승은 단순 개인 취미를 넘어 IT와 모터스포츠 콘텐츠 융합의 실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주행 데이터, 차량 세팅 과정, 타이어와 윤활유 선택, 차량 제어 전자장비 활용 과정 등은 모두 디지털 콘텐츠로 재가공할 수 있는 소재다. 팬들은 화면 속 리뷰어가 실제 레이싱 현장에서 검증한 기술과 부품, 세팅 노하우를 함께 접하게 되면서 IT 기반 모터스포츠 정보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
브랜드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SK ZIC 유나이티드는 IT 인플루언서이자 실제 드라이버인 황용섭을 전면에 내세워 윤활유와 모터스포츠 이미지를 동시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차량 관리, 윤활유 선택, 고성능 주행 시 윤활 성능 차이 등 기술 정보를 전달하고, 실제 서킷에서는 극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는 구조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쌓인 팬덤이 서킷 관람과 온라인 중계 시청으로 이어지며, 전통 자동차 브랜드와 IT 크리에이터 협업의 새로운 모델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국내외 모터스포츠 업계에서는 유튜브, 스트리밍 플랫폼 기반 인플루언서 드라이버의 등장을 마케팅과 관객 유입 확대 관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자동차 전문 유튜버와 프로 레이서가 협업하거나, 시뮬레이터 플랫폼에서 활동하던 게이머가 실제 레이싱 팀에 합류하는 흐름이 나타난 바 있다. 국내에서도 IT와 모터스포츠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콘텐츠 경쟁이 본격화되면, 레이싱 대회와 서킷 운영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스폰서십 구조와 중계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IT 기반 인플루언서가 전문 종목에서 실제 성적을 내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기술 이해도와 데이터 분석 능력을 기반으로, 시뮬레이터 훈련과 실제 주행을 연동하는 방식의 훈련 효율도 주목 대상이다. 산업계는 잇섭의 이번 우승 사례가 IT와 모터스포츠, 디지털 마케팅이 결합된 새로운 협업 모델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