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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우주센터 민간 개방 확대…우주청, 활용 가이드라인 예고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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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발사 인프라가 국가 주도 체계에서 민간과 공유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누리호 발사 성공의 기반이 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가 민간 기업에 단계적으로 개방되면서 국내 우주수송 산업의 판이 달라질 전망이다. 우주항공청은 발사장과 조립동, 추적 장비 등 핵심 인프라의 활용 범위와 사용료 체계를 명확히 하겠다는 입장으로, 업계에서는 이를 민간 발사 서비스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19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민간기업의 나로우주센터 활용을 위한 사용 절차 개선과 사용료 산정 방법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현대로템,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8개 기관과 기업이 참석해 실제 발사 준비 과정에서 필요한 시설 접근성과 비용 구조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우주청은 지난 10월 발표한 민간기업 나로우주센터 사용 절차 안내서를 현장 요구에 맞춰 보완하고, 국제 사례를 반영한 사용료 산정 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나로우주센터는 발사대, 조립·시험동, 추적·관제 시스템, 기상 관측 장비 등 발사 전 주기를 지원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다. 우주청은 민간이 활용 가능한 서비스 항목을 발사를 위한 부지, 조립 시설, 추적 장비, 기상 서비스 등으로 세분화하고,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민간 활용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기존 국가용 발사 인프라와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휴부지를 민간 발사장 후보지로 제공하고, 발사 준비와 시험에 필요한 공용 장비 접근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국가 발사장을 민간에 개방하려면 발사 안전 기준과 비행 궤적 관리, 연료 취급 절차 등에서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우주청은 나로우주센터의 기존 운용 규정을 기반으로 민간 발사체의 제원, 추진제 종류, 발사 빈도에 따라 안전 구역 설정과 비행 제한 공역 지정 방식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는 국가 주도 발사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민간 발사체가 같은 범위의 레이더, 광학 추적 장비와 통신망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자원 배분 알고리즘과 예약 시스템 구축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시장 측면에서는 나로우주센터 개방으로 민간 기업의 초기 설비 투자 부담이 줄어, 발사 서비스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체 발사장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만큼, 국가 시설을 일정 비용을 내고 활용하는 방식은 소형 발사체 스타트업과 기존 방산·항공 기업 모두에 현실적인 옵션이 된다. 특히 2027년까지 구축될 예정인 민간발사장과 전용 조립시설이 완공되면, 고정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정기 발사와 큐브위성 클러스터 발사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도 검토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의 케네디우주센터, 일본의 다네가시마·우치노우라, 유럽의 기아나우주센터 등이 이미 민간 발사 서비스와 병행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민간 기업이 국가 발사 인프라를 임대해 상업 발사를 수행하고, 일정 사용료와 데이터 공유를 통해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한국도 나로우주센터를 민간에 개방하면서 이러한 모델을 벤치마킹하되, 영토와 공역 제약, 인근 어업·항로와의 충돌 가능성을 고려한 한국형 운영 규칙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주청은 국내외 발사장과 국가연구개발시설의 사용료 산정 원칙을 분석해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 관련 서비스에 적용할 지불 방안을 도출했다. 발사 준비 기간, 시설 점유 면적, 사용 장비 종류, 지원 인력 투입 시간 등을 기준으로 한 단계별 요율 구조가 거론되고 있으며, 초기에는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일정 부분 정책적 지원도 검토될 수 있다. 다만 국가가 구축한 전략 인프라인 만큼, 과도한 할인이나 특정 기업 쏠림을 막기 위한 공정한 배분 원칙도 중요해지고 있다.

 

규제와 제도 측면에서 나로우주센터 민간 개방은 향후 우주안전법, 우주손해배상 체계, 발사 허가 절차와도 직결된다. 발사 실패 시 낙하물 피해, 국제 우주물체 등록, 환경 규제 등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우주청은 관련 부처와 협의해 안내서와 가이드라인에 안전 기준과 책임 범위를 명시하고, 장기적으로는 우주항공청을 축으로 한 원스톱 발사 허가 체계를 정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민간 기업이 불확실한 규제 리스크 없이 발사 일정을 계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박재성 우주항공청 우주수송부문장은 기업과의 소통을 통해 나로우주센터 사용 절차 보완과 사용료 산정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리호 성공 이후 민간 발사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주청의 핵심 과제라고 덧붙였다. 우주업계에서는 나로우주센터 민간 개방이 현실적인 발사 기회를 늘려 기술 검증 속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한국형 발사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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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나로우주센터#누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