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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심전도 분석 ECG버디…김중희 교수, 과기장관상 수상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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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공지능이 응급실 심정지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김중희 교수가 심전도 분석 AI 시스템을 통해 전국 응급의료 현장에 디지털 헬스케어를 확산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 포상을 수상했다. 업계에서는 심전도 기반 조기 위험 진단 기술이 향후 웨어러블 기기와 소아청소년 정밀의료로 확장되면서 응급의료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응급의학과 김중희 교수가 18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2025년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성과공유회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유공 부문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고 24일 밝혔다. 디지털 헬스케어 유공 정부포상은 관련 정책 수립, 기술 개발, 산업 육성에 기여한 개인과 기관에게 수여되는 정부 차원의 최고 권위 포상 중 하나로 꼽힌다.

김중희 교수는 심전도 분석 의료 AI를 국내 의료기관에 실사용 단계까지 확산시키고, 초거대 AI 보건의료 사업을 통해 소아 심전도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을 추진해 온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 심전도 플랫폼을 응급실, 구급대 등 시간 민감도가 높은 현장에 도입해 심혈관계 응급질환 대응 체계를 고도화한 점이 수상 배경으로 작용했다.

 

심전도 검사는 심장의 전기적 활동 변화를 피부 표면 전극으로 측정해 부정맥, 허혈성 심질환, 전해질 이상 등을 진단하는 대표적 비침습 검사다. 응급실에서 흉통, 호흡곤란, 실신 등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가장 먼저 시행되는 검사지만, 파형이 복잡하고 미세한 패턴 차이가 커서 숙련된 전문의가 아니면 해석에 시간이 걸린다는 한계가 있었다. 응급 환자의 경우 분 단위 판단이 예후를 가르는 만큼, 해석 정확도와 속도를 동시에 높일 보조 기술 수요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중희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ECG Buddy는 이러한 난제를 겨냥한 응급 심전도 분석 의료 AI 시스템이다. 심전도 파형 데이터를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학습시켜 부정맥 진단을 보조하고,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질환 신호, 고칼륨혈증 등 전해질 이상, 급성폐부종과 연관된 심기능 이상 징후를 자동 분석해 위험도를 수치화한다. 의료진은 시스템이 제시하는 위험도와 패턴 분석 결과를 참고해 심정지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우선 분류하고, 추가 검사나 중재술 여부를 더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심전도 기기 내 단순 규칙 기반 알림 수준에 머물던 자동 판독 기능의 한계를 넘어선다. 대규모 실제 환자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을 통해 비정형 파형 조합까지 패턴 인식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단편적 경고가 아닌 임상 의사결정 지원 도구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병원 입장에서는 숙련도 편차를 줄이면서 야간이나 인력 공백 시간대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판독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ECG Buddy는 전국 70여 개 병원에 도입돼 매월 약 18만 건의 심전도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뿐 아니라 외래, 건강검진 센터 등 다양한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면서, 의료진의 판독 부담을 줄이고 잠재적 고위험군을 조기에 포착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데이터 기반 AI 모델 특성상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추가 학습을 통해 알고리즘 정교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향후 성능 향상 여력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119 구급대 등 지역 응급의료 체계와의 연계도 확대되고 있다. 제주 119와 제주대병원이 참여한 공동 연구에서는 구급대 현장에서 수집한 심전도 데이터를 ECG Buddy로 분석해 병원 도착 전 중증도 분류에 참고하는 모델을 구축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구급차 내 원격 심전도 전송과 AI 분석을 결합한 서비스가 이미 상용 단계에 진입한 만큼, 국내에서도 유사한 서비스 확산이 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심전도 기반 AI 분석 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고 상용 서비스에 들어간 사례가 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메드트로닉 등 글로벌 기업들은 비정상 박동 감지뿐 아니라 심부전 악화 위험, 수주 이내 심정지 가능성 예측까지 목표로 모델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ECG Buddy는 응급실 중심의 실사용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국제 공동 연구와 알고리즘 비교 평가에도 참여할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김중희 교수는 현재 ECG Buddy의 소아청소년용 AI 보건의료 버전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성인과 달리 연령대별 심전도 기준이 크게 다른 소아청소년에서 정확한 판독을 구현하려면, 연령과 체중, 선천성 심질환 유무 등을 반영한 별도의 알고리즘 설계가 필요하다. 초거대 AI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성장 단계 데이터를 통합 학습하는 모델을 구현하면, 선천성 심질환 추적 관찰과 소아 부정맥 조기 발견 등에서 새로운 진단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정과 일상으로 기술을 확장하는 전략도 병행된다. 김중희 교수는 의료 AI 혁신 생태계 조성 과제에 참여해, ECG Buddy의 분석 엔진을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와 연계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손목밴드나 패치형 센서에서 수집된 연속 심전도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병원과 연동하는 구조가 구현될 경우, 만성 심부전 환자나 고위험군의 재입원 감소와 돌연사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중희 교수는 수상 소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진료 방식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ECG Buddy의 활용 범위를 응급실을 넘어 소아청소년, 지역사회, 가정까지 넓히고, 국민 건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의료 AI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정부 포상을 계기로 심전도 AI 분석 같은 실증 중심 기술이 규제과학 연구와 보험 수가 논의로까지 이어질 경우, 응급의료뿐 아니라 만성질환 관리 시장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대규모 임상 근거와 제도적 기반을 확보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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