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알트코인 500조 원 증발”…비트코인 독주에 시장 침체 장기화 우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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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0월 7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알트코인 가격이 동반 급락하며 11월 21일까지 시가총액 3840억 달러(약 500조 원)가 증발했다. 비트코인(BTC)을 중심으로 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는 가운데, 알트코인 시장 회복 가능성을 둘러싸고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조정이 단기 조정인지 구조적 침체의 신호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현지 시간으로 10월 7일 이후 글로벌 시장 전반에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 이더리움(ETH)을 제외한 알트코인들이 집중적인 매도 압력을 받았다. 코인 분석 플랫폼 코인오태그(coinotag)는 해당 기간 알트코인 시가총액이 약 53%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며, 과거 4개월간 53% 하락했던 패턴과 유사한 궤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보고서는 “과거 하락률과 기간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반등을 단정할 수 없다”며 시장 구조의 변화를 강조했다.

알트코인 시가총액 3840억 달러 증발, 비트코인 독주 속 반등 가능성 분석
알트코인 시가총액 3840억 달러 증발, 비트코인 독주 속 반등 가능성 분석

이번 급락의 배경에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금리, 유동성 여건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투자자들은 위험도가 높은 알트코인보다는 상대적으로 검증된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으로 자산을 이동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이 ‘비트코인 독주, 알트코인 침체’라는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알트코인 계절 지수(Altcoin Seasonal Index)는 현재 40∼50 수준의 중립 구간에 머물러 자본이 비트코인에 집중된 상황을 반영한다. 2024년 12월 4일 지수가 87을 기록하며 알트코인 시즌이 확인됐던 시기와 비교하면, 현재는 매수 에너지가 현저히 약화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온체인 지표를 보면 상황은 더욱 보수적이다. 디파이(DeFi) 등 온체인 생태계에 예치된 총 예치금(TVL)은 1190억 9000만 달러 수준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알트코인 시장 전반의 회복 신호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TVL 증가분 상당 부분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예치로 채워지고 있어,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확대나 고위험 토큰 매수 대신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대기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예치 증가세는 공격적 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 심리가 우세하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한다.

 

코인오태그 등 외신은 알트코인 시장 회복 여부를 결정할 핵심 요인으로 자본 순환, 온체인 활동 증가,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탈동조화(de-correlation)를 꼽는다. 특히 2025년 8월 25일부터 10월 10일 사이에는 알트코인으로의 자본 유입이 비트코인보다 강하게 나타나 알트코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처럼 비트코인이 일정 범위에서 횡보하거나 상승세를 멈추는 시기에, 투자자들이 추가 수익을 위해 중소형 코인으로 눈을 돌리는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언급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가격 움직임이 여전히 높은 상관성을 유지하고 있어 탈동조화 신호는 뚜렷하지 않다. 시장이 동반 하락 구간에 머무르는 동안, 알트코인이 비트코인 대비 초과 수익을 내기보다는 더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외신이 인용한 과거 53% 하락 패턴이 단순 반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글로벌 유동성, 금리, 규제 환경과 같은 거시 변수들이 이전 사이클과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외신 보도를 비판적으로 보면, 알트코인 계절 지수가 4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수급 측면에서 매수 주체가 뚜렷하게 등장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알트코인 랠리가 다시 시작되려면 지수가 최소 75 이상으로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 인식이며,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의 조정 또는 횡보 구간이 자본 회전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비트코인이 추가 상승하며 시장 내 자본을 계속 흡수할 경우, 알트코인의 상대적 박스권·저점 갱신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국제 가상자산 시장을 주시하는 주요 매체들은 이번 알트코인 침체를 ‘비트코인 중심 시장 재편 과정’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 매체는 “투자자들이 복잡한 내러티브보다 비트코인의 디지털 골드 프레임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규제·제도권 편입 속도 면에서 비트코인이 다른 코인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다른 분석에서는 디파이, 레이어2, 인공지능(AI) 연계 프로젝트 등 특정 섹터가 향후 알트코인 회복을 주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핵심 지지선 위에서 가격을 방어하는 동시에 디파이와 레이어2 솔루션 분야로 신규 자본이 유입될 경우, 선택적·부분적 알트코인 반등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알트코인 계절 지수가 75를 넘어서는 명확한 모멘텀, 온체인 거래·예치 증가, 규제 완화 등 복수의 조건이 충족돼야 본격적인 랠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와 같이 스테이블코인 비중이 높은 방어적 포지셔닝이 유지되는 국면에서는 성급한 진입이 추가 하락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국제 가상자산 시장은 당분간 비트코인 중심의 자본 쏠림과 알트코인의 구조적 조정이 병행되는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단기 가격 변동보다 알트코인 계절 지수, 온체인 활동, 스테이블코인 비중 등 자본 순환 지표를 보수적인 시각에서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알트코인 시가총액 급락 이후 형성된 새로운 균형점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재조정될지, 글로벌 유동성과 규제 환경 변화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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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코인#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