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몽둥이가 모자란다”…김범석 또 불출석, 쿠팡 청문회 책임공방 격화

권혁준 기자
입력

쿠팡 사태를 둘러싸고 국회와 기업 간 충돌이 다시 격돌했다. 핵심 증인 불출석과 여야 이견이 겹치면서, 국회의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는 책임 공방의 무대로 번졌다. 개인정보 유출과 불공정 거래, 노동 문제를 둘러싼 국민적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정치권의 대응 수위와 향후 국정조사 추진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열린 연석 청문회는 쿠팡 침해사고와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를 종합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해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6개 유관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참여해 대규모로 진행됐다.

그러나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비롯한 핵심 증인들은 앞선 청문회에 이어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국회가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의장은 불출석 입장을 유지했고, 회사 측의 자료 제출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사건의 최종 책임자이자 쿠팡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김 의장이 오늘도 출석하지 않았다”며 “국회와 우리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불손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용우 의원도 “대한민국과 국민을 대하는 쿠팡의 행태는 파렴치한 수준 그 이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료 제출 부실을 둘러싼 질타도 이어졌다. 김영배 의원은 “제대로 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 몽둥이가 모자란다”고 강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책임을 추궁했다. 의원들은 김 의장 등 증인에 대한 추가 출석 요구와 함께 고발 조치, 국정조사 추진 등 가용한 법적·행정적 수단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쿠팡이 전날 내놓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고객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용우 의원은 “낮은 보상 수준은 둘째치고 판촉 행위에 불과한 이런 꼼수에 또다시 국민 공분을 야기하고 있다”며 “경영진이 국회에 출석해 책임 있는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밝혀야 함에도 국회 밖, 대한민국 밖에서 소나기 피하기식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일영 의원은 보상안을 두고 “국민 염장 지르는 식의 무능력·무공감 대책”이라고 비난했고, 김현정 의원도 “국회에 대한 우롱과 기만”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와 관련해 실질 보상과 재발 방지책을 제시하라는 요구가 집중되면서, 쿠팡 경영진의 향후 대응이 압박을 받게 됐다.

 

여야 공방 양상도 뚜렷했다. 국민의힘은 연석 청문회 대신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청문회에 불참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는 위원 파견도 거부했다. 반면 외교통일위원회는 국민의힘 김석기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파견에 동의하면서 일부 참여가 이뤄졌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비협조적이라고 규탄했다. 김남근 의원은 “정무위를 관할하는 윤한홍 위원장은 청문회를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할 위치에 계시는데 협력하지 않아 위원들이 사보임까지 해서 과방위에 와서 참여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현정 의원도 “국민의힘은 쿠팡 문제에 대해 다 동의한다고 하면서 연석 청문회는 안되고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진정성도 믿기지 않는다”며 “국정조사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때는 반드시 함께해주시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쿠팡 측과의 마찰도 빚어졌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시간이 절약된다는 이유로 동시 통역기를 사용하는 대신 개인 통역사가 옆에서 직접 통역하는 방식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 측은 통역 효율성과 진행 공정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이의제기는 적절하지도 않고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연석 청문회가 열렸지만, 핵심 증인 부재와 여당 불참이라는 한계를 안으면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뒤따랐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국정조사와 고발 등 추가 조치 필요성이 거론된 만큼, 쿠팡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국회는 쿠팡 사태의 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정치권은 국정조사 추진 여부와 증인 강제 출석 등 후속 조치를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권혁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김범석#쿠팡#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