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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걷는 백제의 시간”…부여에서 만나는 역사와 자연의 교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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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걷는 백제의 시간”…부여에서 만나는 역사와 자연의 교차점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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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고를 때, 더는 먼 곳이나 화려함만을 찾지 않는다. 요즘은 백제의 고도 부여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역사 유적지 여행’이 딱딱하고 교과서적이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자연과 이야기가 얽힌 모두의 일상이 돼가고 있다.

 

부여에 들어서면, 금강의 느린 물살과 구름 가득한 하늘이 먼저 눈길을 끈다. 22.8도의 산뜻한 온도와 잔잔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백제문화단지에서는 모형 궁궐과 옛 마을이 펼쳐진다. 이곳을 찾은 김민아(39) 씨는 “아이와 함께 걸으며 궁궐 안 생활상을 직접 보고, 매번 조금씩 새로운 풍경을 발견한다”고 느꼈다. 실제로 휴일이면 이곳에는 걷기 좋게 조성된 길과 체험 공간을 즐기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부여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부여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가족 여행객의 60% 이상이 도심과 자연, 그리고 역사 체험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부여처럼 옛 무대와 오늘 풍경이 맞닿은 소도시가 인기 목적지로 떠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여행 트렌드를 ‘힐링과 의미의 동행’이라 부른다. 여행칼럼니스트 정수영은 “과거엔 유적이 있는 곳이 단순히 관람 대상이었다면, 오늘날엔 그 공간 안에서 내가 천천히 숨 쉬고 쉬는 경험이 중요하다. 부여의 궁남지나 낙화암 산책처럼 역사의 숨결과 자연을 함께 걷는 과정에서 일상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는 통찰을 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소셜미디어에는 “궁남지 연꽃길 따라 걷다 보니 한동안 쌓였던 피로가 풀렸다”, “낙화암 위에서 강물을 내려다본 순간, 시간도 잠깐 멈춘 듯했다”는 여정이 쏟아진다. 그만큼 부여의 사계 속을 천천히 거니는 건 더 이상 특별한 체험이 아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의 일상, 그렇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사소한 여행지 선택이지만, 부여의 길 위에선 삶의 속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백제 유산과 고요한 연못, 전설 서린 절벽과 평화로운 산책길에서 우리는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마주한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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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백제문화단지#궁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