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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대응 역량 높인다”…동아쏘시오, VR·실습훈련 확대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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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서 안전보건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동아쏘시오그룹이 현장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실전형 안전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연구소와 생산설비, 물류 현장까지 관리 대상이 넓어진 만큼, 인명과 핵심 자산을 동시에 보호하는 안전 시스템 구축이 업계 경쟁력의 일부로 인식되는 흐름과 맞물린 행보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기반 안전 교육과 실습형 모의훈련이 향후 제약·바이오 기업의 필수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5일 서울 동대문구 본사 O동 WINGS에서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과 협력사 근로자를 대상으로 중대재해 대응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그룹 차원에서 안전보건 역량을 강화하고, 사내외 인력이 함께 참여하는 안전문화 확산을 목표로 한 교육이다.  

이번 훈련에는 본사 지역에 근무하는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ST, 동아제약, DA인포메이션, 동아오츠카 임직원과 협력사 인력이 참여했다. 제약·바이오 기업 특성상 연구 인력, 생산·물류 인력, IT·관리 인력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만큼, 다양한 직군이 동시에 위기 대응 체계를 익히도록 설계됐다.  

 

훈련 프로그램은 실제 위기 상황을 가정한 실습 중심으로 구성됐다. 동대문소방서가 직접 교육을 맡아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단계적으로 시연하고, 참가자들이 반복 실습을 통해 체득하도록 했다. 심폐소생술은 심장과 호흡이 멈춘 사람의 가슴을 정해진 깊이와 속도로 압박해 혈액 순환을 유지하는 응급처치 기술이며, 자동심장충격기는 자동으로 심전도를 분석하고 필요 시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 리듬을 회복하도록 돕는 장비다.  

 

응급의료 장비 활용 교육은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특히 중요해지고 있다. 연구소와 생산 현장, 물류창고 등에는 고압가스, 유기용제, 대형 설비 등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 초기 응급 대응이 수 분 안에 이뤄지느냐에 따라 인명 피해 규모가 크게 갈릴 수 있어, 기업들은 법적 준수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생존율 향상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확대하는 추세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참석자의 몰입도와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실습 참여자에게 소정의 상품을 제공하는 등 교육 설계에도 변화를 줬다. 단발성 강의 위주 안전교육이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해, 체험과 보상을 결합한 방식으로 현장 중심의 학습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룹은 지난 7월에도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안전훈련을 실시했다. 당시에는 다양한 사고 상황을 가상현실 환경에서 재현해 임직원들이 실제와 유사한 공간과 시야에서 위기 대응 요령을 연습하도록 했다. VR 기술을 활용하면 화학물질 누출, 설비 전도, 고소 작업 추락 등 현실에서 재현하기 어려운 고위험 상황을 안전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전기차 보급 확산에 맞춰 전기차 화재 대응 훈련도 별도로 진행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 화재는 급격한 온도 상승과 재발화 특성 때문에 기존 내연기관 차량 화재와 성격이 다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연구소나 물류센터, 영업직 이동 수단으로 전기차 활용이 증가하고 있어, 주차장과 충전설비 주변 화재 대응 체계 마련이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훈련이 제약·바이오 생산·연구 시설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고가의 생산 설비와 민감한 바이오 시약, 냉장 유통이 필요한 의약품 재고 등은 사고 발생 시 단기간에 복구하기 어렵다. 인명 보호와 함께 생산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만큼, 디지털 기반 모의훈련과 현장 실습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안전교육 모델이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제도 환경도 이런 움직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책임자에게 재해 예방을 위한 인력·조직·예산 확보와 교육 체계 구축을 요구한다. 단순 서류상 교육이 아닌, 실제 행동이 검증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이 다수 포함된 제조업과 물류 분야는 법 적용의 핵심 영역으로 꼽힌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훈련을 통해 임직원과 협력사 근로자가 책임감 있는 안전문화를 체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안전보건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생산설비 자동화, 디지털 트윈, IoT 센서 등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도입하는 흐름과 맞물려, 안전 영역에서도 VR·시뮬레이션·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과 현장, 제도와 교육이 동시에 발전해야 중대재해 예방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제약·바이오 산업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연구개발과 생산 효율화뿐 아니라, 안전문화 정착이라는 또 다른 축을 얼마나 공고히 다지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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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쏘시오그룹#동아쏘시오홀딩스#중대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