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출근길 혜화역 그냥 지난 4호선”…전장연 시위로 본 장애인권리예산 갈등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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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일부 구간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가 진행되며 열차가 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출근 시간대 혜화역과 한성대입구역을 이용하던 시민들이 불편을 겪으면서, 장애인권리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와 전장연에 따르면 시위는 25일 오전 8시 24분경 4호선 혜화역과 한성대입구역 일대에서 시작됐다. 전장연이 승강장에서 ‘지하철 타기 시위’를 벌이자 서울교통공사는 안전과 운행 지연을 우려해 4호선 하선 혜화역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조치했다.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금일 특정장애인단체의 지하철 타기 시위로 인해 4호선 혜화역 하선 무정차 통과 중”이라며 “열차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혜화역과 인접한 한성대입구역에서도 시위가 이뤄지며 인근 구간 운행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무정차 통과 조치로 혜화역과 한성대입구역에서 승·하차를 계획했던 승객들은 인근 역에서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야 했다. 특히 출근 시간대에 맞물려 도심 방향 열차 혼잡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출근길에 역을 그냥 지나가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전장연은 이날 시위에서 2026년 정부 예산안에 ‘장애인권리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항의했다. 단체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탈시설 지원, 활동지원서비스 확대 등을 위한 예산 배정을 촉구해 왔으며, 이를 위해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장연은 지난 5일부터 평일 출근 시간대에 맞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 중이다. 시위 현장은 전장연 공식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으며, 단체는 “장애인이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시위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전장연 홈페이지와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장애인 권리에는 공감하지만 출근길 지하철 운행을 막는 방식은 과하다”는 의견과,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권리 보장을 위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상반된 반응이 동시에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지하철 시위와 시민 불편이 갈등으로 고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애인 이동권과 권리 예산 문제를 법·제도적 대화 구조 안에서 해결할 창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애인단체와 정부, 지자체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 구성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전장연의 25일 지하철 탑승 시위는 오전 8시 51분경 종료됐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후 혜화역을 포함한 4호선 전 구간은 정상 운행 중이다. 경찰과 지하철 당국은 향후 시위 일정과 방식에 대비해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장애인 이동권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기관과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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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교통공사#서울지하철4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