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성장률 반 토막 전망”…중국 전기차 업계, 지원 축소 속 수익성 악화 우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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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8일, 중국(China)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성장 둔화 전망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내수 부진과 정부 보조금 축소, 핵심 부품 비용 상승이 겹친 가운데 업체 간 가격 할인 경쟁이 격화돼 내년 수요와 수익성 모두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전기차 산업을 성장 엔진으로 바라보던 국제 자본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전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전기차 관련 지원이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흐름 속에서 내수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차전지 등 핵심 부품 비용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완성차 업체들은 공격적인 할인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 증시에서 전기차 관련 종목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이유다.

중국 전기차 성장률 내년 13%로 둔화 전망…정부 지원 축소·출혈 경쟁 부담
중국 전기차 성장률 내년 13%로 둔화 전망…정부 지원 축소·출혈 경쟁 부담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 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 빙위안은 중국 정부가 약 2년에 걸쳐 추진해온 각종 지원 정책의 효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 1분기 전기차 수요 환경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완성차 업체 간 경쟁 심화로 “내년에는 마진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을 시행하며 전기차 구매자에게 2만위안, 내연기관차 구매자에게 1만5천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신에너지 자동차 구매자에게 세제 혜택도 제공해 시장 확대를 유도해 왔다. 그러나 지원 강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스위스(Switzerland)계 금융사 UBS증권 아시아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2026년 이후 전기차 관련 정책 방향이 명확해지지 않는 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전기차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 가이드라인 부재가 중장기 투자 판단을 어렵게 한다는 평가다.

 

BYD를 중심으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그동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를 주도해 왔지만, 최근 들어 실적 부진과 함께 성장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BYD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실적에서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적 발표 다음 날 BYD 주가는 장 초반 6% 넘게 하락하며 투자 심리가 흔들렸다.

 

다른 주요 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샤오펑(Xpeng)은 지속적인 적자와 보수적인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한 이후 다음 날 주가가 10% 급락했다.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을 올린 링파오(Leapmotor)는 주가가 올해 4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리오토(LiAuto)와 니오(NIO) 역시 4분기 매출과 차량 인도 전망을 시장 컨센서스보다 낮게 제시하면서 투자자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 부문의 성장률이 올해 27%에서 내년 13%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률이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셈으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둔화가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진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 배터리·부품 업체와 세계 완성차 기업 전반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 모색에 나서고 있다. 샤오펑과 리오토 등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미래형 인공지능(AI) 차량을 앞세워 사업 다각화를 시도 중이다. 그러나 관련 기술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아, 단기적으로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제 금융시장은 중국 전기차 산업이 성장 중심에서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의 향후 방향, 과잉 경쟁 해소 여부, 글로벌 수요 흐름이 향후 시장 재편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 둔화가 글로벌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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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전기차#byd#샤오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