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수익성 수호 우선”…국민연금, 해외주식 의결권 74% 반대표 던져 파장
현지 시각 7일, 국민연금이 지난 1년간 미국(USA) 등 총 46개 해외 상장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실시한 의결권 행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민연금은 기업가치와 수익성을 보장하는 한편,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주제안에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 국제 투자 전략 변화에 파장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은 2023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43개 미국(USA) 상장사를 포함, 46개 해외기업 주주총회에서 총 385개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전체 안건의 24.2%에 해당하는 93건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특히 주주제안 안건 중 74% 가까이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 이사회 제출안(293건)에는 91.5% 찬성하며 경영진 제안에 힘을 실었으나, 장기 연임 사외이사 선임·임원 보수 과다 승인·주총 전자화 등에서는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6월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총에서는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임원 재선임 안건을 “이사회 출석률 저조 문제로 충실의무 이행이 우려된다”며 거부했다.

정치·이념이 개입된 주주제안에 대해선 더욱 엄격하게 접근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주총에 상정된 ‘군사용 제품 현황’ 보고, ‘인권침해국 데이터 사업’ 및 ‘석유·가스개발 AI 도구 보고’ 등 6건 중 5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는 최근 하마스-이스라엘 분쟁 등 지정학적 갈등과 맞물린 미국 내 반전·환경·인권운동가들의 개입 시도가 늘어나는 중, 기업 경영 안정성 우려가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애플(Apple) 주총에서도 ‘AI 데이터 윤리적 사용 보고’ 등 주주제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으며, 알파벳 투표에서는 ‘기업평등지수(CEI) 참여 중단’, ‘기후목표 공시 강화’ 등도 “주주가치 제고 부합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반대했다. 다만 ‘AI 표적광고 인권영향 보고’(알파벳) 등에는 의미를 인정하고 찬성표를 던졌다.
메타(Meta) 주총에서는 데이터 보호, 미성년자 안전 등 사회적 가치 이슈와 관련한 7건에 찬성표를 던져, 최근 SNS 사생활 논란 및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 사회 분위기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까지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Amazon), JP모건(JPMorgan), 홈디포(Home Depot) 등에서는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 사외이사 의장 선임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제안에도 대체로 힘을 보탰다.
국민연금의 이런 행보는 글로벌 기관투자자 간 ‘성과 중심 책임투자’ 경향이 뚜렷해지는 현상을 반영한다. 경영진 안건은 수용하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및 주주권익 보호가 기업가치 제고와 직결된다고 판단되는 이슈에 한해 책임투자를 병행하는 이중전략을 구현한 셈이다.
이번 결과에 대해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7월 4일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성과와 수익성이 기금운용의 최우선 목적”이라며 “ESG 책임투자 역시 이에 부합하는 필요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등 주요 외신은 “한국 국민연금이 글로벌 주요 연기금 중 가장 보수적이고 체계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며, 글로벌 투자 지형에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글로벌 투자 생태계 전반에 투자 원칙 재정립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가 앞으로도 투자기관과 글로벌 기업 간 거버넌스 및 책임경영 프레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제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